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오는 20일(현지 시각)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두 번째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 등 최근 2주간 트럼프 당선인과 대면하게 되는 행사에 모두 불참하는 것이다.

작년 10월26일(현지 시각)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미시간주에서 열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각) AP 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부부 사무실은 성명을 통해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제 60회 취임식에 참석하기로 확정됐다”면서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다가올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은 미셸 오바마가 취임식에 불참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다.

주요 외신들은 “미셸 오바마의 불참 결정은 일반적으로 당파와 관계 없이 전직 대통령과 그 부인이 참석하는 취임식의 전통을 깨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취임식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모두 참석한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 부부도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미셸 오바마는 지난 9일 워싱턴DC 대성당에서 엄수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과 로라 부시 등 다른 전직 영부인들은 카터 장례식에 참석했다. 당시 홀로 장례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 옆 자리에 앉아 열띤 대화를 나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셸 오바마가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일정 충돌 때문이었지만, 의전상 그녀가 참석했다면 트럼프 대통령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셸 오바마가 의도적으로 트럼프와의 직접 대면을 피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셸 오바마의 트럼프 취임식 불참은 트럼프에 대한 그녀의 적대적 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출생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후 2018년 미셸 오바마는 회고록 ‘비커밍’에서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첫 취임식에서는 미셸 오바마가 불편한 표정으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6년 후 미셸 오바마는 한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취임식에 대해 “그곳에 앉아 우리가 대표했던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지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면서 “취임식에는 다양성과 어떠한 색채도 없었고, 더 넓은 의미의 미국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오바마 부부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위협이자 적’으로 규정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다. 미셸 오바마는 작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수년 동안 트럼프는 사람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다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미셸 오바마의 (트럼프 취임식) 불참은 그녀가 남편의 뒤를 이어 취임한 트럼프에 대해 과거 강경한 비판을 해왔던 점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