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일부 친러시아 유럽 국가가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 슬로바키아 총리와 면담을 갖고 있다. (총리실 제공) /뉴스1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를 깜짝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가스 공급 문제를 논의했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어제 푸틴 대통령과 피초 총리가 대화했다. 그들은 에너지와 가스 문제를 논의했다. 꽤 상세한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의 피초 총리가 서방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러시아를 찾은 것은 우크라이나가 내년부터 러시아산 가스 수송을 중단하기로 해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연간 약 150억㎥의 러시아 천연가스를 여러 유럽 국가로 보내왔는데 올해로 만료되는 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연간 약 30억㎥의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는 슬로바키아는 반발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을 줄이는 것과 달리 슬로바키아는 저렴한 러시아 가스 수입을 거부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받은 가스를 다시 오스트리아 등 다른 국가로 재전송하는 수수료로 연간 약 5억 유로(약 7554억원)의 수입도 올리고 있는데 현재로선 이 수입도 끊길 처지다.

피초 총리는 회담 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계속 서방에 가스를 공급할 준비가 됐다고 확인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고려하면 (내년) 1월 1일 이후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그는 “이번 방문은 우리(슬로바키아) 영토에 대한 어떠한 가스 공급도 반대한다고 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대응이 됐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피초 총리는 지난 19일 EU 정상회의에서 만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계속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부정적 대답이 돌아왔고 이에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는 EU 고위 대표들에게도 지난 20일 자신의 러시아 방문 계획과 목표를 통보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