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중국의 과잉 생산 억제를 겨냥한 서방의 압박이 유럽연합(EU)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해 온 한국으로선 전 세계를 휩쓰는 보호무역 기조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등 단일 경제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끊고,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비즈는 한국의 주요 수출입국을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어떻게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새로운 수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분석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총인구는 14억4000만 명, 중위 연령은 27.9세, 경제성장률은 30년간 연평균 6% 이상. 인도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됐고, 국내총생산(GDP)은 3조5700억 달러로 세계 5위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이면 인도가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중국을 이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 본다.
무엇보다 인도가 ‘세계 1위’ 인구 대국이라는 점에 기반한 커다란 내수 시장, 경제 성장에 따른 중산층 구매력 증가는 인도의 잠재력과 성장성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세계은행은 인도 소비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연평균 12%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5%), 미국(4%), 한국(3%)을 압도한다.
인도는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전 세계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의 수혜를 봤다. 인도는 중국을 대신하는 생산기지, 투자처로 주목받으면서 ‘넥스트 차이나’가 아닌 ‘비욘드 차이가’를 향해 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부응해 인도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 2.0(Make in India 2.0)’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조세, 관세, 물류 인프라 현대화 등 투자 인센티브 제도를 내놓고 외국인 투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수출지원제도(RoDTEP)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현지생산을 장려한다.
한국 기업들은 잇달아 인도 시장을 향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은 인도에 1980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총 71억4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해당 투자는 1996~1997년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인도 진출로 시작됐고 2010년을 전후로 인도의 경제 성장과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발효 이후 확대됐다. 특히 2020년 인도가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기아차, 삼성전자가 인도 공장을 증설하는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인도 투자가 확대됐다. 이 외에도 현대차 인도법인 HMI(Hyundai Motors India)가 지난 10월 인도 증시에 상장하면서 인도 자본 시장 진입도 이뤄졌다. 현지 진출 28년 만으로 현대차는 4조5000억 원을 조달했다.
조선비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주한인도대사관에서 지난 11일 방한한 니브루티 라이(Nivruti Rai) 인베스트인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라이 CEO는 “한국과 인도가 힘을 합쳐 한국과 세계의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기에 한국 기업이 인도에 와야 한다”며 “10%의 경제성장률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자”고 했다.
─인베스트인디아를 소개해달라.
“2015년에 설립됐다. 인베스트인디아의 지분은 민간이 51%, 정부가 49%를 갖고 있지만, 운영 자금은 정부가 100% 지원한다. 인베스트인디아는 산업통상부에 속해 있으나 모든 부처와 수평적으로 일한다. 인베스트인디아의 첫 번째 목적은 인도에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지만, 투자자와 협력해 투자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베스트인디아는 인도 정부의 일부이기에 규제 정책, 세금, 관세 등 모든 부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 양국 무역과 비즈니스를 촉진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및 기업과 협력, 기술 파트너십을 맺고 양국의 무역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인베스트인디아의 투자유치 목표액은 얼마인가.
“우리의 목표는 2030년까지 1조 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7년간 연평균 1100억 달러의 FDI를 유치해야 한다. 1100억 달러 중 1000억 달러는 현재 인도 GDP 성장률로 달성할 수 있다. 인베스트인디아는 연평균 11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1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한국의 대(對)인도 투자 규모는 얼마인가.
“200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는 57억 달러다. 이 중 2014년 이후 10년 동안에 인도에 이뤄진 투자만 42억 달러다. 한국은 인도의 10위 FDI 국가다. 한국에는 약 6000개의 중소·중견 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이 인도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도는 성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인도와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전 세계는 평균 2%, 일부는 그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인다. 하지만 인도는 6%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인도가 아닌 곳에 투자하면 위험은 낮을 수 있지만, 수익은 2%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와 함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10% 이상의 성장을 함께 이루기 위해 협력하자고 말하고 싶다. 인도는 인도만의 성장이 아니라 세계의 성장을 원한다. 지난해 인도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17%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모디 총리는 전 세계 경제 성장의 30~50%를 인도가 담당하길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한국이 인도와 함께 한국과 세계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
─인도의 투자 매력은 무엇인가.
“인도는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고 한국은 연구개발(R&D)을 하고 있기에 둘을 활용하면 기술 도약을 할 수 있다. 또한 인도 정부는 정치적으로 안정적이다. 여기다 14억 명의 인구가 있다. 멕시코,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라질보다 토지 가용성, 저렴한 노동력을 갖고 있다. 한국 경제가 계속 성장해야 하고, 한국이 인도를 도와 한국과 세계의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인도에 투자해야 한다.”
─왜 한국과 파트너십을 맺길 원하나. 그리고 어떤 형태의 파트너십을 원하나.
“한국은 인구가 5000만 명인 작은 나라다. 하지만 인도는 14억 명의 인구를 갖고 있다. 인도의 약점이 한국의 강점을 살리고, 인도의 강점이 한국의 약점을 살리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인도는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신재생 에너지, R&D, 조선업에 관심이 있다. 인도는 부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인도는 한국과 더 나은 안전한 미래를 만들고 싶다. 20년 전, 한국은 6%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2%대에 머물고 있고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와 협력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다시 6%대로 돌아갔으면 한다.”
─인도에 투자하는 주요 국가는 어디인가. 어느 분야에 주로 투자하나.
“한국, 일본 외에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와 싱가포르가 상위 10위 국가다.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외에 인도가 ‘세계의 제약 수도’로 불리는 만큼 제약 분야에 대한 투자도 많이 이뤄진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인도는 매년 45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 4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그중 100만 대 이상을 현대기아차가 생산한다. 앞으로는 에너지, 전자, 반도체, 제약, 스마트 창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주식 시장도 성장할 수 있는 분야다. 인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 6월 기준 처음으로 5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다음으로 5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도 인도에 상장했고, 유럽 회사 중 한 곳도 인도에 상장했다.”
─인도가 14억 명의 인구 대국이지만, 제조업 분야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서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지으면서 겪고 있는 문제를 알고 있을 거다. TSMC는 미국 엔지니어를 대만으로 데려와 훈련한다. 인도에서는 매년 100만 명의 엔지니어가 배출된다. 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인도에서 직접 훈련할 수 있다. 인도 정부가 민간과 파트너십을 맺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훈련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한국에서는 인도 투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인도에 진출한 기업 중 일부는 현지 기업이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계약이 번복되는 등의 문제를 겪었다. 기업 간 계약의 문제이긴 하지만 인도 정부 차원의 대응은?
“인도는 중앙 정부와 주(州)정부로 이뤄져 있기에 투자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정부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 기업은 인베스트인디아를 통해 여러 부처에 접근해 우려 사항에 대한 답변을 즉시 받을 수 있다. 이후 인베스트인디아의 담당자가 해당 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인베스트인디아는 ‘애프터 케어(After care)’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애프터 케어는 투자와 공장 가동이 이뤄진 후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투자자들이 인도에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는 무엇을 하나.
“신뢰를 쌓고 있다. 인도는 신뢰의 대명사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30개 이상의 지식재산권이 유출됐지만, 인도에서 유출된 기술은 하나도 없다. 또한 합작 투자를 통한 기술 파트너십을 통해 인도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인도 현지 파트너가 있다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