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보였던 호전적인 태도를 거두고, 대립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레바논의 힘이 약화하는 등의 외부 상황이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11월 중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수용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베이루트에 고위 관리를 파견했다. 거의 같은 시기, 이란의 유엔 대사는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를 만났다. 그리고 이란은 29일 제네바에서 유럽 국가들과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10월 말까지만 해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격을 준비하던 모습과 상반된다. 당시 이슬람 혁명 수비대 부사령관은 “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침략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이 단 몇 주 만에 강경한 태도에서 화해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은 국내외의 상황 변화에 기반한다. 혁명 수비대원 등 이란 관리 등은 NYT에 “트럼프가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데 따른 재조정 결과”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지난 임기 동안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등 강경한 정책을 폈음. 이에 대해 이란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반영하듯 이란 고위 관리들은 이란이 핵 및 중동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 중이다. 트럼프 1기 당시 “중국 지역 정책과 핵무기 개발은 전적으로 이란의 일”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달라졌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중동 및 핵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전 이란 외교관이자 핵 협상가인 세예드 호세인 무사비안은 “이란은 이제 트럼프가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자제시킬 기회를 주기 위해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다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미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요인 중 하나다.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며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부족도 예상된다. 이란 정부는 매일 2시간씩 정전을 선언했고, 이에 이란 국민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이란은 서방이 내린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 눈길은 이란의 외교관이자 전직 핵 협상가인 마지드 타흐트-라반치가 29일 영국, 프랑스, 독일 관리들과의 회동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로 쏠린다. 이들 유럽 국가는 미국과 함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는 나라다. NYT는 “서방과의 협력은 패배로 여겨지지 않고, ‘거래 외교’로 여겨질 수 있다”며 “이란의 고위 관리와 일반인들은 서방과의 긴장을 종식하고 잘 지내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