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날씨를 조종해 공화당 우세 지역에 허리케인을 보냈다.”
역대급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플로리다주를 통과하면서 최소 10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속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밀턴이 미국을 향해 다가오고 있을 때 소셜미디어(SNS)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됐던 음모론이다. 여기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허리케인 대응과 관련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재난 상황을 표심 잡기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물론 유언비어가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지원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리케인 관련 허위 정보는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SNS에는 “허리케인이 다음 달 대선에서 민주당을 돕기 위해 보내졌다”, “정부가 조절하는 레이저에 의해 허리케인이 만들어졌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폭풍의 경로를 변경할 수 없고, 허리케인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며 허위 정보를 반박하고 있지만, 확산 속도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허리케인 ‘헬렌’이 상륙한 9월 말 이후 SNS에는 ‘지구공학적’, ‘조작된’, ‘기상 무기’라는 용어를 언급한 게시물 수가 급증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밀턴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트럼프가 이틀 연속 허리케인 관련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것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몇 주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허위 정보와 명백한 거짓말을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끈질기게 부추기는 행위가 있었다”며 “트럼프가 거짓말의 맹습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생을 살아라(get a life, man)”라고 조언했다.
트럼프는 정부가 허리케인 피해를 본 주민에게 고작 750달러(약 101만 원)의 지원금만 제공할 것이며, 연방재난관리청(FEMA) 예산을 불법 이민자를 위해 사용한 탓에 허리케인 피해자를 지원할 돈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허리케인 밀턴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면서 “이런 거짓말은 미국답지 않다(un-American)”며 " 수천 명의 구조 요원과 자원봉사자가 자기 목숨을 걸고 희생해 가며 허리케인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동료 미국인들이 서로를 챙기는 그게 바로 미국의 최고 모습이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