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47)이 자금세탁 혐의로 30일(현지 시각)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서부 연방법원의 리처드 존슨 판사로부터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2022년 암호화폐 업계가 붕괴한 이후 다른 암호화폐 경영진이 직면했던 것보다는 훨씬 가벼운 형벌”이라고 평가했다.

자오창펑은 지난해 바이낸스가 테러단체와 기타 범죄자들이 플랫폼에 접근하도록 허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금세탁 혐의를 인정했다. 자오창펑 변호인단은 징역형 없는 보호관찰을 요구했으나, 검찰은 “전례 없는” 범죄라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47)이 30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서부 연방법원에 도착한 모습. 자오창펑은 이날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 AFP 연합뉴스

이날 존슨 판사는 자오창펑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했고, 다시 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또한 자오창펑이 불법 행위를 미리 알았는지를 입증하지 못했기에 징역 3년 형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존슨 판사는 “자오창펑의 행위에 3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며 자오창펑을 “헌신적인 가족애”를 가진 사람으로 칭하며 바이낸스를 설립한 것이 “놀라운 성취”라고 평가했다.

판결 당시 검은 양복과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있던 자오창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창펑은 선고가 내려지기 전 판사에게 “죄송하다”며 “나는 적절한 자금 세탁 방지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못했다. 이제 그 실수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라고 했다.

자오창펑이 징역 3개월을 받은 것은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25년 형을 선고받은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와 비교된다. 이에 대해 엄격한 금융 규제를 지지하는 비영리 단체인 ‘베터 마켓츠’의 데니스 켈러허 회장은 “심각한 정의 위반”이라며 “전 세계 범죄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검찰은 판결 결과를 환영했다. 테사 고먼 연방 검사는 재판 직후 기자들에게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이 사건에서 실형 판결을 하는 것이 중요했고, 우리는 결과에 만족한다”라고 했다.

한편, 자오창펑은 돈세탁과 금융제재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2020년께부터 미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자오창펑은 자금세탁 방지를 규정한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위반한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와 43억 달러(약 5조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으며,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직에서도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