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개최를 앞두고 수년 전부터 주최 측 내부에서 폭염 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는 경고가 나왔지만 한국이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적신호를 무시하고 한국이 스카우트 잼버리를 어쨌든 강행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주최 측의 2016∼2018년 타당성 조사를 포함한 보고서 3건을 살펴본 결과, 이미 2016년부터 극한 기상이 예측돼 사전 조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한국 관계자들이 대비하지 못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보고서 중 2건은 주관 정부기관에서 작성한 것이고 하나는 정부가 지원하는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타당성 조사 보고서였다.
WP는 보고서 3건을 보면 폭염은 태풍, 북한의 군사 도발과 함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경고됐다고 지적했다. 2018년 보고서에는 “8월 행사가 36도 폭염과 태풍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혀있다. 이 보고서에는 5년 뒤인 2023년까지 행사장에 ‘울창한 녹색 숲’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지난주 참가자들이 도착했을 때 그런 녹지는 없었고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고 WP는 일침했다.
전라북도가 의뢰한 2016년 타당성조사 보고서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2023년 8월 1∼12일 2023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에 폭염이 가장 심하고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철저한 재난 예방 및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번 행사의 한 관계자는 WP에 “보고서와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무더위 대책의 필요성을 경고받았고 그늘막 설치와 나무 식재 계획도 있었지만 우리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행사를 앞두고 준비 과정에도 지연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난관리 전문가인 김모씨는 “한국 정부가 2018년 폭염을 자연재해의 한 유형으로 공식 지정했으나 당국은 재해 대비 차원의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면서 “당국이 여전히 폭염을 충분히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대학교 재해복원건축 전문가인 송창영 씨는 “새만금 매립지 사업의 특성상 야영장에서 많은 문제가 예측 가능했다”면서 “해안 매립지의 낮은 투수율을 감안할 때 캠핑장은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더 나은 배수 시스템을 설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잼버리 첫날인 1일 한국 정부는 4년 만에 처음으로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내부 매뉴얼과 달리 긴급 지원이나 대피로 이어질 수 있는 폭염 경고 지정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