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이 중국에 집중돼 있던 공급망 일부를 멕시코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의 일환으로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것이 이점으로 꼽힌다.

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다국적 기업들은 수십 년간 중국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여겼지만, 미-중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이런 믿음은 도전에 직면했다”며 “멕시코로 니어쇼어링(near shoring, 생산시설을 인근 국가로 옮기는 것)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보다 멕시코에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지난해 1~10월 멕시코의 대미(對美) 상품 수출액은 382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2019년 이후 미국이 멕시코 상품을 수입한 총액은 25% 이상 증가했다.

과달루페 성모 페스티벌을 맞은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멕시코 순례자들이 멕시코시티의 과달루페 성모 성당 밖에서 노숙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의 지리적 근접성은 미국 기업이 멕시코를 찾는 주된 이유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데 보통 한 달이 걸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류망이 멈췄을 때는 컨테이너 운반에 두세 달이 걸렸다. 반면,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 소매점까지는 2주 만에 물건을 보낼 수 있다.

여기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겼고, 조 바이든 정부는 이를 이어받은 데 이어 반도체 등에 통제를 강화하는 중이다. 여기다 위그르족 강제 노역 의혹이 일고 있는 중국산 섬유 제품에 대한 수출입도 제한하고 있다.

NYT는 “무역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제조업의 핵심 지역으로 남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한다”면서도 “그러나 멕시코로 생산 시설을 이동하는 것은 중국에 집중돼 있던 제조 공정이 재분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멕시코가 중국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멕시코 국가 기반 시설이 열악한데다 제품 제조에 필요한 재료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NYT는 멕시코에 있는 한 의류 공장의 경우를 예로 들어 “지퍼와 장식품은 멕시코산을 사용하지만 직물, 실, 안감 등 나머지 구성품은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되면서 배송료가 저렴해지고 있는 것도 멕시코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NYT는 “멕시코 기업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사라지는 건 아니고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멕시코와 중남미를 대안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