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낙 영국 신임 총리의 취임을 앞두고, 똑똑하고 부유한 엘리트 이미지가 강한 그의 과거 실수 장면들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올해 3월 그가 기아차에 주유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수낙은 유가가 내려간 것을 홍보하기 위해 주유소를 찾아 직접 빨간색 기아 ‘리오’ 차량에 주유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하지만 수낙 소유 차량이 아닌 주유소 직원에게서 빌린 것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민 코스프레’를 위해 평범한 차량을 빌린 것이라고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후 수낙 장관은 자신의 차량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가장 당황스러운 점은 내 차가 아닌 다른 차에 넣은 기름에 대해서 돈을 내야 했다는 점”이라고 농을 했다.
콜라 한 캔을 구매하면서 바코드에 콜라 대신 카드를 갖다 댄 실수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그가 재무장관 시절 영국 공식 가상화폐로 ‘브리트 코인’ 발행을 검토하는 등 가상화폐에 관련 정책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더 놀림거리가 됐다.
수낙 장관은 후에 이에 대해서도 실수를 인정하고 “이후 사람들이 나한테 어떻게 ‘비접촉 카드 결제(contactless card)’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요즘 현대 기술은 정말 놀랍다”며 가볍게 넘겼다.
그의 ‘콜라 중독’ 관련 말실수도 소환됐다. 작년 수낙 당시 재무장관은 두 명의 남학생과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학생들이 “펩시(콜라)를 좋아하냐 코카(콜라)를 좋아하냐?”고 묻자 웃으며 “나는 콜라 중독이다. 완전 콜라 중독(I am a Coke addict, I am a total Coke addict)”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쓴 ‘콜라 중독(coke addict)’ 이라는 표현이 ‘코카인 중독’의 의미로 널리 쓰인다는 걸 알고 있는 학생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수낙 당시 장관은 빨리 상황을 수습하며 “코카 콜라 중독(Coca-Cola addict)”이라고 표현을 정정했다.
2001년 BBC 다큐멘터리 ‘중산층 : 그들의 부상과 확산’에 출연한 청년 수낙은 “나는 귀족 친구들도 있고 상류층 친구들도 있고 노동자 계층 친구들도…아니 노동자 계층 친구는 없다”고 발언했다. 이는 그가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재소환되고 있다. 이후 방송에 나와 이에 대해 “우리 모두 학생 때는 어리석은 말도 한다”며 해명했다.
보수당 의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가난한 지역에서 공공자금을 빼 부유한 도시를 돕는 데 썼다”고 자랑하는 영상도 화제다. 마이크를 잡고 앞에 선 그는 “노동당에서 몇 가지 공식을 물려 받았다.그들은 자금을 몽땅 가난한 도시 지역에 쏟아 부었다”고 지적한 뒤 자신이 재무 장관으로 그 정책들을 다 뒤집었다고 자랑했다.
1980년 5월생으로 만 42세인 수낙은 예정대로 취임할 경우 1812년 로버트 젠킨슨(만 42년 1일) 이후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양친 모두 인도계 이민자라는 점도 눈에 띈다. 따라서 그가 총리가 될 경우 영국 최초의 비(非)백인 유색인종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영국 최고 명문 옥스퍼드대 PPE(철학·정치학·경제학) 출신인 수낙 전 장관은 보통의 이민자 후손과 달리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의사인 부친과 약사인 모친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그는 최고 명문 사립고교인 윈체스터칼리지와 옥스퍼드를 거쳐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입사했다.
이후 2015년 35세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정계에서도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내각에서 주택공공자치부 차관을 지냈고, 2020년 2월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2009년 인도 정보기술(IT) 기업 ‘인포시스’의 나라야나 무르티 회장 딸 악샤타와 결혼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수낙 전 장관 부부의 보유 자산 규모를 7억3000만 파운드(약 1조1829억 원)로 추산한다. 군살 없는 몸매와 항상 고급 양복을 갖춰 입는 패션 감각으로 2020년 ‘가장 섹시한 영국 정치인’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