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시즌 1에만 역대 가장 많은 4억6500만달러(63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 ‘반지의 제왕’ 드라마가 네티즌들의 ‘평점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현지 시각) 아마존이 평점 테러에 자체 페이지를 걸어 닫고 ‘반지의 제왕’ 드라마에 대한 리뷰 게시물 공개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지의 제왕:힘의 반지’를 방영 중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홈페이지를 통해 리뷰나 평점 노출을 제한하고 드라마를 실제로 감상한 경우에만 리뷰 작성이 가능하도록 설정해 놓았다. 리뷰와 평점이 공개되는 시점도 방영 개시일인 2일로부터 72시간이 지나는 오는 5일 새벽으로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힘의 반지’에 대한 비평가 평점은 84%에 이른 반면 관객들이 매긴 점수는 38%에 그쳤다. 아마존이 소유한 비평 사이트 IMDb에서도 리뷰를 남긴 네티즌의 25%에 달하는 1만7500명이 5개 만점인 별점 평가에서 1개만 준 것으로 나타났다.
네티즌들이 ‘역대급 드라마’에도 혹평을 쏟아내는 이유는 이 드라마의 주요 배역에 흑인이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 J.R.R.톨킨은 작중 종족 ‘엘프’를 두고 대체로 피부가 하얗거나 창백하다고 묘사했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의 엘프 아론디르(크루즈 코르도바)는 흑인이다. 마찬가지로 피부색에 대해 별다른 묘사가 없어 2000년대 초반 영화 시리즈에서 백인들이 캐스팅됐던 종족 ‘드워프’의 공주 디사(소피아 놈베테) 역시 흑인이 맡았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블랙워싱’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양 주류 영화계는 수십년간 백인 배우만 기용하는 관행인 ‘화이트워싱’으로 비판받아 왔는데, 최근에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이유로 설정상 흑인이 아닌 배역까지 억지로 흑인을 캐스팅하는 추세를 보이자 네티즌들은 이를 ‘블랙워싱’이라고 비꼬고 있다. 무조건적인 ‘정치적 올바름’ 코드에 관객들이 반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힘의 반지’는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보다 시대적 배경이 수천 년 앞서는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형식의 TV 시리즈다. 아마존 측은 이 드라마를 시즌 5까지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