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이 신발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경제전문매체 CNBC가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남성용 신발의 더 작은 버전’에 불과했던 여성용 운동화에서 벗어나 시장의 요구를 충족할 만한 여성 전용 제품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나이키 아디다스 등 대형 브랜드로 대표됐던 기존 운동화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캘빈 맥도날드 룰루레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의류 산업을 구축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신발 산업에도 뛰어들 것”이라며 “그동안 충족되지 못했던 시장의 필요, 즉 여성만을 위해 고안한 운동화에 대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신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워왔고, 이제 그것을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룰루레몬은 오는 22일부터 북미와 영국, 중국 등의 온라인 매장에서 여성용 러닝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제품명은 ‘블리스필(Blissfeel)’이며 가격은 148달러로 책정했다. 또 올해 여름에는 각각 138, 148달러의 여성용 크로스 트레이닝 운동화 2종과 58달러짜리 슬립온 슈즈, 128달러짜리 스티커즈도 출시한다.
이는 룰루레몬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발 시장의 가능성을 주목한 결과라고 CNBC는 분석했다. 감염병이 확산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편안한 복장과 운동 열풍이 불면서 이 시장의 ‘여백’이 덩달아 커졌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여성용 운동화 매출은 전년 대비 24%, 남성 운동화는 17%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대유행 기간에 많은 소비자들이 집에서 일하고 운동하며 좀 더 편안한 신발을 원한 결과 운동화 판매가 급증했다”며 나이키 아디다스 등 거대 브랜드의 러닝화가 채울 수 없는 ‘틈새 시장’을 룰루레몬이 집중적으로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또 신발 시장에 본격 진출함으로써 룰루레몬이 제2의 성장 지렛대를 얻을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코로나19 중증 환자 비율이 줄어들고 백신 접종도 확대된 만큼, 올해에는 운동화 시장 매출이 다소 잦아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NPD 스포츠 시장 분석 담당자인 매트 파월은 “유명 브랜드가 여성 전용 운동화를 만드는 건 처음이라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정부의 경기 부양으로 소비 지출이 예외적으로 급증했다”며 “올해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에 훨씬 못 미치는 한 자릿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룰루레몬은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칩 윌슨이 1998년 창업했다. ‘룰루레몬’이란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다. 괴짜 경영자로 유명한 윌슨은 영어 ‘L’자 발음에 어려움이 있는 일본인 고객들이 제대로 발음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상상하며 L자가 무려 3개나 들어간 회사명을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캘거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윌슨은 졸업을 1년 앞둔 1979년 스노보딩과 서핑, 스케이팅 관련 전문 의류를 생산∙판매하는 웨스트비치 스노보드를 창업했다. 1997년 웨스트비치 스노보드를 100만달러에 매각한 그는 고향인 밴쿠버에서 난생처음 요가수업을 듣던 도중 ‘요가복’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당시 요가복은 면(綿) 소재가 대부분이어서 금세 땀에 젖었고, 통기성도 좋지 않았다. 요가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 윌슨은 웨스트비치 시절 쌓은 스포츠 의류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요가복 시장에 접목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룰루레몬을 창업하게 된다.
윌슨은 2007년 룰루레몬을 캐나다와 미국(나스닥)에 동시 상장하면서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 윌슨의 자산 규모(‘포브스’ 추정)는 49억 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