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병원들이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비상 사태에 직면했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면서 병원으로 의료용 산소를 공급하던 차량의 이동이 차질을 빚은 결과다.
보도에 따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침공 여파로 우크라이나 병원으로 향하는 산소 운반 트럭의 이동이 큰 차질을 겪고 있다”면서 “24시간 안에 산소가 병원에 도착하지 않을 경우 수천 명의 환자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도로 운영에 문제가 생겨 산소 운반 라인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현재 우크라이나 병원들의 의료용 산소가 대부분 바닥이 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전쟁으로 인해 부상을 당한 환자가 크게 늘어나 병원에서 필요한 산소 공급량이 평상시보다 25%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내 코로나19 확진자도 급증하고 있다.
WHO는 지난 1월 15일부터 2월 25일 사이 우크라이나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555% 증가했다며 대부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전쟁 중 부상을 당한 환자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전파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이는 우크라이나 의료 시스템 전반에 큰 압박을 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부상자뿐 아니라 코로나19에 감염된 중환자들에게도 의료용 산소가 시급히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폴란드 등 이웃 국가를 통해 안전한 운반 통로를 마련하는 등 산소 공급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나흘째인 이날 대규모 지상군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위성업체 맥사(Maxar)는 이날 탱크 등 군용 차량 수백대를 포함한 5㎞ 행렬의 지상군이 키예프 북쪽 64km 거리까지 접근한 장면을 포착해 공개했다. 행렬은 병력과 군수물자를 실은 장갑차, 유조차, 탱크, 기계화 전투 차량, 자주포 등으로 이뤄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