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의 하나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떠난 영국은 러시아의 SWIFT 차단을 원하고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EU 회원국들은 자국이 입을 피해를 우려해 퇴출 결정을 큼은 마지막 순간까지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러시아를 즉각 SWIFT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25일(현지 시각) 오전 파리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비공식 회의에서 “러시아를 SWIFT에서 차단하길 원하지만, 모두가 동참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며 “계속 동맹국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고 AFP,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러시아를 즉각 SWIFT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길스 라비츠 라트비아 대통령은 “북한과 비슷한 범죄 정권을 세상과 격리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더욱 광범위한 제재를 촉구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러시아를 SWIFT에서 내쫓는 것은 가능한 옵션이지만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부 장관도 모든 선택지는 열려있다면서도 SWIFT에서 러시아 차단과 같은 조치에는 신중해야 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러시아 은행들을 완전히 막았기 때문에 러시아와 거래는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더 많은 추가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그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러 제재는 유럽 경제에 해를 끼치기보다는 러시아 경제를 힘들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하는 조치는 유럽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EU 국가들이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SWIFT 퇴출 문제는 마지막 선택지로 남겨놔야 한다는 게 뤼터 총리의 입장이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SWIFT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1만1000곳이 넘는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전산망으로 국경을 초월해서 돈을 거래할 때 필요하다. 러시아가 SWIFT에서 차단당하면 해외 금융기관과 돈을 주고받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제재지만, 러시아와 거래를 해온 유럽에도 상당한 경제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유럽 은행들도 러시아에 빌려준 돈을 제대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24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면서 SWIFT에 대한 러시아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유럽의 우려가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