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 /뉴스1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둘러싼 유럽연합(EU)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과 EU가 다음 달 말 고위급 통상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배터리·통신장비 등 첨단산업을 겨냥한 EU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양측 무역 갈등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이 다음 달 29~30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왕 부장은 이 기간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회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은 EU가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과잉생산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시점에 추진되고 있다. EU가 대중국 규제 수단을 잇달아 검토하는 상황에서 양측이 갈등 확산을 막을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SCMP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말 대중국 무역 규제 수단 도입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 달 정례 EU 정상회의에서도 중국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EU 27개 회원국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 등 보다 강경한 대중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 내부에서는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과잉생산이 글로벌 시장 불균형을 키우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사빈 웨이안드 EU 집행위 통상총국장은 최근 유럽의회 청문회에서 "전 세계는 중국의 산업 모델이 유발한 무역 불균형을 더 이상 소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웨이안드 총국장은 중국의 세계 산업 생산 점유율이 현재 30%에서 2030년 최대 4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의 세계 소비 점유율은 약 13%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했다. 생산 능력은 빠르게 커지지만 내수 흡수력은 이에 미치지 못해 해외 시장으로 공급이 밀려 나올 수 있다는 취지다.

EU가 추진하는 조치는 중국을 직접 명시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중국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산업을 겨냥하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분야가 대표적이다.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이버보안 규정 강화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EU는 앞서 중국산 인버터가 포함된 에너지 프로젝트에 EU 자금 지원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 조치 역시 중국 측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중국 상무부는 EU가 대중국 제재 방안을 내놓을 때마다 차별적 조치라고 비판해 왔다. 동시에 "단호한 대응 조치"를 예고하며 맞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국은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도 EU의 산업 정책과 사이버보안 규정이 글로벌 무역 규범을 위반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신경전은 공개 행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SCMP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EU 주최 행사에서 유럽 측이 중국의 과잉 공급 문제를 제기하자 중국 측이 보호주의라고 맞섰고, 참석자들 사이에 감정이 다소 격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