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편이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경제 전체가 군사품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산업 생산을 지탱했고 이로 인해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은 물론 임금 상승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정은 오히려 러시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핀란드 은행 신흥경제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헬리 시몰라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최소 40%는 전쟁 관련 생산에 의해 이뤄졌다. 여기에 임금 인상, 전쟁 관련 지급금으로 인한 소비 증가의 파급 효과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쟁 관련 러시아의 GDP 상승에 대한 영향력은 더 클 수 있다. 즉 평화 협정 타결로 러시아의 군비 지출이 감소하면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부 빈 상가 앞을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 EPA 연합뉴스

게다가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 군인 가족에게 지급되는 돈은 러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일부의 재산을 늘렸다. 이른바 ‘죽음 경제학’이라고 불리는 군인에게 지급되는 임금, 전투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 및 기타 지급액은 2024년 중반을 기준으로 러시아 GDP의 1.5%에 해당한다. 또한 전체 소비 지출의 3% 이상을 차지한다.

경제학자들은 전쟁 관련 지급을 중단하면 러시아 국내 소비가 침체할 것이라고 본다. 비엔나 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바실리 아스트로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난해 하반기에 전쟁 관련 지급이 더욱 늘면서 러시아 경제에 있어 중요성이 커졌다”며 “이를 삭감하면 민간 소비와 GDP 성장에 부정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경제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갔다. 러시아 GDP는 2022년 1.4%만 감소했고 2023년, 2024년에는 4.1%씩 성장했다. 전쟁 관련 지출, 석유 수출 수입이 합쳐진 결과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인 야니스 클루게는 “군사 지출을 줄인다면 러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전쟁이 종식되면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제재 일부가 해제되고 무역이 개선되고 기업 신뢰도가 높아지는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손실을 본 전투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한동안 국방 부문에 계속해서 투자해야 한다. 일각에선 전쟁 종식이 경제 연착륙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평시에 현재의 군비 지출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국방비로 13조5000억 루블(약 233조8200억 원)을 책정했다. 이는 GDP의 6% 이상으로 구소련 시대 최고치와 맞먹는다. 러시아는 전쟁 내내 재정 적자이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가 예비비의 3분의 2를 소진한 상태다.

러시아 관리들은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개선되면 미국 기업이 러시아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작다. 국제전략연구소(ISS)의 베를린 선임연구원인 마리아 샤기나는 “미국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위험과 평판, 번거로운 절차, 취약한 재산권 등 만성적인 문제로 인해 러시아로 돌아가길 꺼릴 수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경제 전체가 전쟁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동원된 상황에서 어떻게 전시 경제에서 민간 경제로 전환할 것인가”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