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000660) 사장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은 외국 기업들에게 시장을 더 넓게 개방하겠다며 이들의 투자를 독려했다.

28일 관영 중국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11시쯤(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제 공상계 대표 회견’을 주재했다. 이날 면담에는 이 회장과 곽 사장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CEO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23~24일 개최된 중국발전고위층포럼(CDF)에 참석 차 중국을 찾았다.

참석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업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특송업체 페덱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 미국 제약사 화이자,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덴마크 해운기업 머스크,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 등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시 주석 외에 왕이 외교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란포안 재정부장 등이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이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면담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시 주석은 “중국은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외국 기업인들에게 이상적이고 안전하며 유망한 투자처”라며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외자 기업들에 법에 따라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개혁개방을 진전시키고자 확고하게 전념하고 있다. 개방의 문은 더 넓게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대해선 “다른 사람의 길을 막는 것은 결국 자신의 길만 막을 뿐이다. 다른 사람의 불빛을 끄는 것으로 자신의 불빛이 밝아지지 않는다”며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호혜·윈윈으로 중국은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상생 원칙에 따라 중미관계를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과 관세 전쟁이 올해 들어 본격화 하면서 기존 부동산 위기, 내수 침체 등과 겹쳐 경제 성장 하방 압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중국 직접투자액(FDI)은 전년 대비 27.1% 줄었다. 시 주석이 지난해 CDF 폐막 이후 미국 기업들과만 회동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한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사우디 등 다양한 국가의 기업인들과 만난 것도 투자 시급함을 반영한다.

2년 만에 CDF에 참석한 이 회장은 시 주석과의 회동까지 소화하며 일주일가량을 중국에서 머무르고 있다. 지난 22일 베이징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찾았고, 24일에는 광둥성 선전에 있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 본사까지 방문했다. 곽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CDF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