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기준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올라선 중국 비야디(BYD)가 지난해 160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중국 내에서는 비야디가 실적 측면에서도 테슬라를 제쳤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왕촨푸 비야디 회장은 “우리는 더 이상 추종자가 아니다”라며 “세계 최초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25일 비야디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비야디의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7771억2000만위안(약 157조원), 420억5400만위안(약 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9%, 34%씩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중국 펑파이 신문은 “주목할 점은 테슬라의 지난해 매출이 976억9000만달러(약 143조5000억원)이었다는 점”이라며 “비야디 매출이 처음으로 테슬라를 추월했다”라고 했다. 단 영업이익은 테슬라가 70억7600만달러(약 10조4000억원)으로 비야디를 여전히 앞서고 있다.
역대급 실적에 대해 비야디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는데,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순수 전기차만 판매한 테슬라와 달리 비야디는 중국 내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혜택을 입었다”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비야디는 계속해서 저렴한 모델을 출시했고, 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2년간 벌어진 치열한 가격 전쟁에 기여했다”라고 했다.
판매량을 보면, 지난해 비야디의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을 합한 전체 판매량은 427만2100대로 1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이 중에서 승용차가 41% 늘어난 425만400대로 판매량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 세계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수출은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해외 판매량이 40만7700대로 전년 대비 72% 증가한 것이다. 10대 중 1대는 해외에 판 셈이다. 비야디는 지난해 말 기준 6개 대륙, 10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 진출해 있다.
비야디의 연구·개발(R&D) 투자액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지난해 비야디는 총 542억위안(약 11조원)을 R&D에 투입했는데, 1년 전보다 36% 늘어난 역대 최대치다. 이로써 비야디의 누적 R&D 투자액은 1800억위안을 넘어섰다. 비야디는 최근 5분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는 ‘수퍼 e-플랫폼’을 공개해 시장에 쇼크를 안긴 바 있다. 왕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지능화 물결 속에서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더 이상 추종자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세계 최초가 되겠다는 자세로 이러한 추세의 선두에 서서 더 많은 중국 자동차 브랜드와 손을 잡고 (중국 밖으로) 나가고, (세계 정상으로) 올라가겠다”고 했다.
이러한 실적에 힘입어 비야디의 주가도 질주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비야디 주가는 지난 24일 403.4홍콩달러로 장을 마감했는데, 올 들어서만 51% 넘게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 20일에는 수퍼 e-플랫폼 발표 등의 영향으로 장중 사상 최고치(426.6홍콩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단 시가총액 부문에서는 테슬라에 한참 못 미친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8954억달러(약 1315조4000억원)로, 비야디(4634억위안·약 93조7000억원)의 14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