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은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중국발전고위층포럼(CDF)에서 “중국 시장은 벤츠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축이자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 원동력”이라며 “메르세데스 벤츠는 외부 세계에 대한 개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중국의 정책이 시장 잠재력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 21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급)에게도 “이 불안정한 세상에서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에서 안정감을 찾는다”며 “이곳에 오면 마치 집에 온 것 같다고 말하는 이유”라고 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이 지난 23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개막한 중국발전고위층포럼(CDF)에서 연설하고 있다./CDF 제공

중국이 글로벌 경제 인사들을 초청해 투자를 독려하는 CDF가 지난 23일 개막해 24일 막을 내리는 가운데, 베이징에 집결한 글로벌 기업 수장 80여명이 중국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이후 미국의 대중국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 덕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향한 구애에 나서도록 재촉하고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 금융기관 HSBC의 조지 엘헤데리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CDF에 참석해 “중국은 지속 투자를 통해 기술 중심의 탄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급망의 미래를 선도할 준비가 됐다”며 “전기차, 재생에너지, 생명공학과 같은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새로운 기회와 수출원을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가오션 상하이 지역 제조업 애널리스트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고, 자금 조달뿐 아니라 현지 시장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HSBC와 같은 은행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는 해외 파트너들에게도 기회”라고 SCMP에 말했다.

CDF 계기로 중국을 찾아 우호적 메시지를 내놓는 글로벌 기업 CEO는 한둘이 아니다. 팀 쿡 애플 CEO는 CDF 행사장에서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를 사용해 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이다. 매우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이날 애플은 농촌 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발전연구재단(CDRF)에 추가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로 유명한 태국 TCP그룹의 쉬신슝 CEO는 CDF 개막식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정책이 경제 발전을 지원해 TCP그룹과 같은 외국 기업에 안정적 환경을 조성해 주고, 투자 결정과 사업 확장에 더 많은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최대 외국 제약사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25억달러(약 3조7000억원)를 투자해 베이징에 글로벌 전략 R&D 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2년 만에 CDF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행보에서도 중국에 대한 관심이 드러난다. 이 회장은 지난 22일 크리스티아나 아몬 퀄컴 CEO와 함께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찾아 레이쥔 샤오미 회장을 만났다. 2년 전 CDF에 참석했을 때는 기업체 방문 일정으로 삼성전기(009150) 톈진 사업장만 공개됐었는데, 이번엔 스마트폰과 가전 분야에서 경쟁사이자 차량용 반도체 고객인 샤오미를 방문한 것이다. 샤오미를 시작으로 이 회장이 다른 중국 기업인들과도 적극 교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2일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레이쥔 샤오미 회장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웨이보 캡처

이러한 글로벌 CEO들의 발언과 행동은 트럼프 2기 들어 미·중 갈등이 격화될지라도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전체 매출의 30%가 중국에서 나온다. 그런 중국 사업부가 최근 힘을 못 쓰고 있다. 벤츠의 지난해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9%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벤츠는 중국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화 및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지도부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데, 아이폰의 중국 내 점유율은 지난해 15%로 1년 전보다 4%포인트 낮아졌다.

중국 역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중국 외국인 직접투자액(FDI)은 전년 대비 27.1% 급감했다. 올해 1~2월 FDI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0.4% 줄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전날 CDF 개막식 연설에서 “중국은 외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충격 가능성에도 이미 준비했다”며 “필요할 경우 추가 부양책을 내놓아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글로벌 기업 CEO들을 안심시켰다.

중국 지도부가 매년 3월 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이후 개최하는 CDF는 글로벌 경제 인사들을 초청해 투자를 독려하는 행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리창 총리가 폐막 이후 기업인들과 별도의 만남을 갖는 것이 관례다. 지난해 시 주석은 3월 26일 CDF 폐막 이후 이틀 뒤인 28일 미국 재계와 학계 등 미국 대표단을 만났는데, 이번엔 폐막 후 나흘 뒤인 28일쯤 글로벌 CEO들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