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증시 하락과 소비 악화 속에서도 경제는 문제없다고 주장하며 낙관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외신이 지적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외면하다가 유권자와의 인식 괴리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상황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최근 2월 고점 대비 10%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첫 조정이다. 국제신용평기기관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설문 조사, 소비자 설문 조사, 그리고 주식 시장에서 볼 수 있듯 분위기 자체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상황을 축소해 해석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 16일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증시 하락과 관련해 “건강하고 정상적인 조정”이라며 “시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정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는 전환기를 맞이하겠지만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 정책을 여전히 경제 호재로 보고 있다. 관세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BI는 증시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잔디 수석은 BI에 “주식시장의 성과가 전체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증시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며 “특히 부유층은 주식 시장이 적자를 보이면 어느 시점에서 지출을 줄일 것이고, 이는 광범위한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이에 RBC캐피털마켓츠, 야르데니리서치,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관들은 S&P 500 연말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RBC는 목표가를 6600에서 6200으로, 야르데니는 7000에서 6400으로 낮춰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S&P 500 목표가를 6500에서 6200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침체 확률은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투자자들의 이목은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쏠려 있다. 상호관세가 시행된다면 미국의 관세율은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할 것으로 BI는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무역전쟁이 제조업에 타격을 입힌 전례를 감안할 때, 이번 조치 역시 제조업과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진짜 위험’은 관세정책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된 뒤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BI는 “지난 정권에서 민주당이 그랬던 것처럼,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공화당은 2026년 중간 선거에서 하원과 상원 모두 다수당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관점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