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배터리 충전 방식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 보급의 최대 장벽인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5분 충전으로 400km를 달리는 기술을 공개한 가운데, 배터리 기업 CATL과 전기차 기업 니오는 3분 안에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시설과 차종을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 표준을 두고 양 진영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중국의 배터리 충전 시장은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 전기차 업체 니오(중국명 웨이라이)는 세계 최대 전기 승용차 배터리 교환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 CATL은 니오의 배터리 충전 솔루션 계열사인 니오 에너지에 25억위안(약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니오의 저가형 소형차 브랜드인 ‘파이어플라이’ 새 차종에는 CATL의 교환식 전기차 배터리 제품 ‘초코’가 장착된다. 초코는 초콜릿 바 모양으로 디자인된 블록형 배터리로, 전기차 크기에 따라 1~3개가 장착된다.
CATL과 니오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간을 내연기관차의 주유 시간만큼 단축하기 위해 배터리 교환 방식을 적극 띄우고 있다. 니오에 따르면, 배터리 교환에 소요되는 시간은 단 3분이다. 특히 니오의 자율주행 시스템과 결합해 교환소 근처에 차량을 대면 알아서 차량이 교환소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유보다 더욱 편리하다는 것이 니오의 주장이다. 이날 현재 니오가 중국 전역에 구축한 배터리 교환소는 3182곳이고, 교환 누적 횟수는 6890만회를 넘어섰다. 올해 6월 말까지 27개 성(省), 2300개 현급(縣級) 도시에 배터리 교환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교체 진영은 확대 추세다. 앞서 CATL은 니오 외에도 창안자동차차, 광저우자동차, 베이징자동차, 제일자동차 등과 협력해 배터리 교체 차종을 공동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목적은 업계 표준화다. 자동차 업계 분석가는 “(CATL과 니오) 양측은 배터리 교환 기술의 국가 표준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업계 내 발언권을 두고 경쟁할 것”이라고 차이롄서에 말했다.
특히 이 시점에 CATL과 니오가 배터리 교체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BYD가 발표한 초고속 충전 기술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YD는 지난 17일 1000kW(킬로와트)로 충전, 5분 충전에 주행거리 400km를 확보할 수 있는 ‘수퍼 e-플랫폼’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고속 충전기는 출력이 최대 350kW 안팎이고, 테슬라가 올해 출시를 앞둔 수퍼차저도 500kW에 불과하다. BYD는 새 충전 기술을 다음 달 중국에서 출시할 전기차 ‘한L’과 ‘탕L’에 적용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중국 전역에 4000개 이상의 충전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업계 분석가는 “CATL 입장에서 배터리 교환 생태계에 힘을 주는 것은 최근 BYD의 초고속 충전 기술를 방어하는 측면이 있다”며 “(니오와의) 협력 성공 여부에 따라 배터리 교환 방식이 산업의 주류로 올라설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고, 글로벌 전기차 산업을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테크 매체 36kr도 “BYD가 파괴적인 초고속 충전 기술을 출시하자 업계에서는 ‘배터리 교체는 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BYD는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전기차 등 자사 모델에 탑재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이 지난 1월 기준 1위(점유율 28.5%)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BYD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CATL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BYD의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8%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초고속 충전과 교환 방식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체 충전 인프라도 빠르게 발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경제매체 금융계는 “지속적인 투자와 (충전소) 배치 덕분에 충전 및 교환 인프라는 중국 신에너지차 산업의 고품질 발전을 견고하게 보장하고 동력도 제공하고 있다”며 “충전 및 교환 인프라 열풍은 신에너지차 이동 생태계를 재편하고, 세계 에너지 지도를 새롭게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