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OECD는 한국을 비롯한 G20 국가 중 12개국의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1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3.2%에서 올해 3.1%, 내년 3%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치는 미국이 4월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상품에 25%, 중국산 상품에 2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고 알루미늄과 철강 수입품 관세를 인상한다는 가정하에 이뤄졌다.

특히 미국과 가장 많이 거래하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제 성장률 전망이 큰 폭으로 하향됐다. OECD는 당초 멕시코 경제가 올해 1.2%, 내년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망을 수정해 올해 1.3%, 2026년 0.6%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캐나다는 2%의 경제 성장을 예측했지만, 올해와 내년 모두 0.7% 성장으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을 포함한 G20 국가에 대해 OECD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투자를 미루고 소비자는 물가 상승 압박을 받아, 성장이 저해되지 않을 나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2월 전망보다 0.6%포인트(p) 낮아진 1.5%로 제시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1.6%)보다 낮고 한국은행(1.5%)과 같은 수치다.

반대로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했다. OECD는 중국 경제가 올해 4.8%, 내년 4.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중국 정부의 지원 강화가 상쇄할 것으로 진단했다.

관세 전쟁의 악영향은 미국도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8%에서 올해 2.2%, 내년 1.6%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6년 중반까지 기준금리를 지금 수준인 4.25~4.5%로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6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3.25%~3.5%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수정했다.

OECD는 미국 정부는 관세로 인한 추가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지만, 경기가 침체돼 다른 세금 수입이 감소해, 고관세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OECD는 “전체 예산 적자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추가 세금 인상이나 재정 지출 감소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