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 계란 판매가 제한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근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에서는 계란을 밀수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AP 연합뉴스

미국 내에서 달걀 가격이 폭등하면서 밀수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 시각) 미국 남부 접경지에서 검역을 거치지 않은 달걀의 밀수 적발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달걀 가격이 급등하면서 멕시코에서 저렴한 달걀을 구매한 뒤 밀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멕시코의 달걀 가격은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자료를 인용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사무소가 지난해 10월 이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로부터 달걀을 압수한 건수가 전년 대비 158% 증가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남부 접경 도시인 라레도 사무소도 같은 기간 달걀 밀수 단속 건수가 54% 늘었다. 미국 전역으로 보더라도 달걀 밀수는 36% 늘었다.

최근에는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트럭을 통해 마약인 필로폰 약 29㎏과 달걀을 함께 밀수하려던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미 노동부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에서 A 등급 달걀 12알의 평균 소매가격은 5.9달러(약 8천600원)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면서 지난해 2월 대비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같은 개수의 달걀이 10달러(1만4500원)를 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달걀 가격 급등 이유로는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공급 부족이 꼽힌다. 달걀 품귀가 이어지자 사재기가 성행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해 덴마크에 수출 가능 여부를 문의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합병하겠다고 주장하며 양국 사이에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수출을 요청한 것이다. 미국은 앞서 폴란드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 달걀 수출 의향을 묻기도 했다.

미 법무부는 달걀 업체들의 담합 의혹 조사에 나섰다. 미 농무부는 지난달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대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