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단백 옥수수 품종 개발과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축 사료의 단백질 함량을 좌우하는 대두(콩)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함이다. 중국은 대두 수입의 2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미중 무역 갈등 격화로 대두 관세가 올라가면서 공급망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중국은 “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인의 손에 들려 있어야 한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주문에 따라 식량 안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옌젠빙 화중농업대 총장 연구팀은 고단백 옥수수를 약 10년간 연구한 끝에 개발에 성공, 최근 재배 면적이 66만7000헥타르(약 2020만평)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품종의 평균 단백질 함량은 10%로, 일반 옥수수보다 2%포인트 높다. 옌 총장은 “우리나라 경작지 3분의 1은 옥수수를 재배하고, 지난해 옥수수 총생산량은 2억900만톤(t)을 넘어섰다”며 “옥수수 단백질 함량이 1%포인트 증가하면 매년 290만t의 단백질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라고 했다.
중국이 고단백 옥수수 개발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두를 대체하기 위함이다.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기, 계란, 우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이와 함께 단백질이 풍부한 가축 사료의 공급이 중요해졌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대두다. 대두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데다 가격이 저렴하고, 가축이 쉽게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이 가능하다. 옌 총장은 “옥수수에서 나오는 290만t의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대두는 700만~800만t 덜 수입해도 된다”라고 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1억500만t의 대두를 수입했다. 이는 전 세계 곡물 무역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 수입량의 23%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옌 총장에 따르면, 중국이 대두를 수입하지 않고 자급자족하려면 약 1400억~1600억평의 대두 재배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인구와 토지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옌 총장의 판단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두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이 상황은 중국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2018년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자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브라질산 대두로 수입처를 돌린 바 있다. 이달 4일부터도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를 10% 높였다. 미국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까지 두 번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총 20% 인상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중서부 농촌 여론이 악화할 수 있는 데다, 대두가 미국의 주요 농산물인 만큼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산 대두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중국의 잠재적 약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갈등 악화, 대만과의 전쟁 가능성 등이 불거질 때마다 “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인의 손에 확실히 들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CMP는 “중국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대두 공급을 다각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산 대두는 현재 중국 수입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는 10년 전의 40%에 비하면 감소한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은 올해 대두 수입 다변화와 국내 수확량 확대 등을 통해 식량 안보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경제매체 금융계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10% 관세를 부과하면서 단기적으로 국내 수입 비용이 상승할 수 있고, 국내 사료 회사들은 대체 조달처를 모색하기 위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며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핵심 방법은 국내 수확량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