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상호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상호관세 책정의 주요 요소로 지목한 부가가치세(VAT)가 관세 전쟁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상호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트럼프는 연방 정부에 상호관세 검토 목록으로 관세와 함께 비관세 장벽, 역외 부과 세금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서에 “VAT를 포함해 무역 상대국이 미국 기업, 근로자,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세금도 상호관세 책정 검토 요소”라고 했다. 이어 VAT가 관세보다 “더 징벌적인 세금”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

VAT는 한국과 유럽 등에서 부과되는 소비세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부과되지 않는다. 만약 유럽 등에서 텔레비전을 구매하거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 VAT를 내야 한다. 미국에서 판매세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판매세는 일반적으로 최종 제품이 판매될 때 한 번 징수한다. 반면 VAT는 제품이 공급망을 거치면서 부가가치가 추가될 때마다 부과된다.

VAT의 작동 원리는 미국 판매세와 다르다. 만약 미국에서 사는 소비자가 100달러에 자전거를 산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는 자전거를 구매할 때 판매세 전액을 한 번만 낸다. 하지만 독일에서 100유로의 자전거를 산다고 가정하면 VAT는 여러 번에 걸쳐서 부과된다. 독일의 자전거 제조업체가 강철과 알루미늄을 50달러에 사서 자전거를 만든 다음 자전거 가게에 80유로에 판매하면 제조업체가 창출한 부가가치 30유로에 대한 VAT를 자전거 제조업체가 지급한다. 또한 자전거 가게가 100유로에 자전거를 판매하면 자전거 가게가 자전거 제조업체에 자전거를 산 가격(80유로)과 판매가격(100유로)의 차이인 20유로에 대한 VAT를 또 낸다.

VAT 세율은 국가마다 다르다. 유럽 각국은 자체적으로 VAT를 설정하고 징수한다. 스위스의 VAT 세율은 8.1%, 헝가리는 27%로 차이가 있다. 유럽 최대 경제 강국 독일의 VAT는 19%다. 다만 유럽 국가는 종종 음식, 관광 관련 품목에 더 낮은 세율이나 면세를 적용한다.

VAT와 관세는 차이가 있다. VAT는 원산지와 관계없이 유럽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서비스에 적용된다. 수입된 미국산 자동차는 유럽산 자동차와 동일한 VAT를 부과받는다. 반면 관세는 수입에만 적용되기에 현지 생산자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경제학계 일각에선 유럽의 부가가치세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간주한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독일 자동차를 예로 들면서 “트럼프는 더 이상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VAT의 세율과 적용 방식으로 인해 미국 수출업체에 불리하고 무역 적자가 확대되는 요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텍스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유럽의 평균 VAT는 20%로 미국 평균 판매세(6.6%)보다 높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미국 수출품은 VAT가 부과되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럽 수출품은 본국에서 VAT를 환급받고 미국 판매세만 납부한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비상주 수석 연구원이자 전 미국 재무부 관리인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우어는 WSJ에 “그것은 수년간 큰 짜증 거리였다”고 했다.

트럼프는 VAT가 관세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VAT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 오랫동안 타격을 받고 일자리를 잃고 있는 주요 이유”라며 “대단히 불공평한 처우로, 트럼프는 우리가 상호주의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세무 전문가들은 VAT가 불공평하지 않다고 본다. 유럽 국가들이 수출업체에 VAT 환급을 제공하는 반면, 미국은 자국 수출업체에 판매세를 면제함으로써 비슷한 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숀 브레이 텍스파운데이션 글로벌 프로젝트 부사장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품은 원산지와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으므로 미국 기업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에리카 요크 텍스파운데이션 연방 정책 부사장도 “미국에서 생산되든 유럽에서 생산되든 VAT는 유럽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VAT는 유럽 기업에 아무런 이점도 주지 않고 미국 기업에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 무역에 관해서는 중립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