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이 비교적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즉각 보복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이를 두고 중국 내부에서는 “우리가 유리한 입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다변화에 성공해 위험이 분산된 데다, 미국도 인플레이션(물가 인상) 우려에 시달리고 있어 관세를 더 올리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각종 국제 문제에 대처하려면 자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모색 중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일 “미국의 일방적 추가관세 부과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을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하는 반격 조치로 우리의 권익을 확고하게 수호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즉각 보복에 나서지는 않았다. 대신 협상의 문을 열어뒀다. 상무부는 “평등호혜·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문제를 직면하고 중국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협력을 강화하고 분쟁을 관리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 2018년 6월 트럼프가 500억달러(약 73조5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어쩔 수 없이 강력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과) 동등한 규모와 강도의 관세 부과 조치에 나서겠다”고 받아친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에 중국이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는 데 대해 중국 상관신문은 “일부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 때와 달리, 중국이 ‘트럼프 2.0′의 무역 분쟁에 대처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중국의 수출처가 다변화됐다는 점에서 타격이 덜하다는 분석이다. 상관신문은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개도국)과의 무역은 중국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는 중국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미국 관세 인상의 충격을 완화해 준다”라고 했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 수출에서 대미 수출 비중은 2018년 19%에서 지난해 15%로 낮아졌다. 자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여전히 월등하다는 것이 중국 측 분석이다. 수출 가격의 기초가 되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지난해 12월까지 27개월 연속 하락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차츰 높여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역시 속도가 느리거나 어려울 수 있다고 중국은 보고 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판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고통이 따를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이 모든 것은 지불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대응 중이다. 상관신문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극도로 도전적인 경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라며 “이는 트럼프 첫 임기 때 겪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국과 전면전을 벌이기엔 지정학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중국의 협상력을 키워주는 요인이다. 중국 중화망은 미국이 캐나다·멕시코(25%)에 비해 중국엔 낮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 이유로 매체는 “미국은 중국과 여러 문제에서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문제, 한반도 문제 등에서 (양국) 관계를 거북하게 만들 수 없다”라고 했다.
중국의 예견대로 판세가 흘러갈지 주목된다. 이는 올해 트럼프의 방중 성사 여부에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취임 후 100일 내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정반대 상황이다. 2017년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해 4월 미국을 먼저 방문했고, 트럼프는 취임 후 1년 가까이 흐른 뒤인 11월에서야 중국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