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춘절(중국 음력 설)을 맞이해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이동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각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이코노미석 ‘유료 좌석 선택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추가 요금을 내야 선택할 수 있는 좌석들이 갈수록 많아지면서다. 중국 소비자들은 항공사들이 명확한 규정 없이 유료 좌석을 늘리고 있는 데다, 같은 이코노미 클래스인 만큼 제공되는 서비스가 동일한데도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은 공정거래 위반이라며 당국의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14일 중국소비자협회는 ‘유료 좌석 선택, 업계 관행 돼선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을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협회는 “일부 항공사가 소위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창가, 통로 또는 앞쪽 좌석을 선택할 경우 추가 요금을 지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저가 항공사들 사이에서만 퍼져 있던 이러한 관행이 점차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고, ‘유료 좌석’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과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한 항공편의 좌석 선택창. '자물쇠' 표시가 있는 좌석은 추가 요금 등을 지불해야 선택 가능하다./바이두 캡처

중국 항공사들의 유료 좌석 선택 논란은 이달 말 춘제를 앞두고 항공권 예매가 급증하면서 불거졌다.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구매한 뒤 좌석을 선택하려 하면, 창가나 통로, 비상구 좌석 또는 착륙 시 빠르게 내릴 수 있는 앞쪽 좌석들은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 좌석에 앉으려면 추가 요금 또는 마일리지를 내거나 각 항공사의 프리미엄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는 “창가, 통로를 제외한 가운데 좌석만 선택할 수 있는데, 누가 여길 고르겠나”, “이코노미 위에 수퍼 이코노미가 있는 셈”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유료 좌석 선택제가 등장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이전까지 중국 항공사들은 국내·국제선 모두 선착순 좌석 지정제를 운영했다. 그러다 2014년 국영 국제항공(에어차이나)이 국제선 노선에 대해 유료 좌석 선택제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저가 항공사들도 국내선에 대해 같은 제도를 시작했고, 소비자 불만이 급증했다. 이에 2016년 베이징시 발전개혁위원회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중국연합항공이 좌석 선택 수수료로 44만위안(약 9000만원) 이상을 받았다며 44만3210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베이징시 발개위는 “항공권 가격에는 여객 운송과 지정 좌석 요금이 포함돼 있어 좌석 선택에 대해 추가 요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후 국내선에 대한 유료 좌석 선택제는 단계적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저가 항공사들이 조금씩 ‘안전’ 이유를 앞세워 국내선 유료 좌석 선택제를 부활시켰는데, 이제는 대형 항공사들에서도 이러한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항공사들의 유료 좌석 선택제가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강력 비판했다. 먼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다. 협회는 “많은 항공사들이 어떤 좌석에 프리미엄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협회는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미 등) 객실별로 가격이 다른 것은 항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코노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동일한데 좌석 선택을 위해 가격을 추가로 내라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공사가 좌석 선택을 ‘선착순’ 방식에서 ‘돈 내는 사람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바꾼 것은 기본 서비스를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해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언론들도 사설 등을 통해 협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많은 항공사들이 이코노미 클래스를 세분화해 승객들에게 판매하고 있고, 이는 주요 외국 항공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변화”라며 “하지만 이 모델은 소비자가 항공권을 구매하기 전에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반면, 유료 좌석 선택제는 항공권을 구매한 후에도 좌석이 지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증권시보는 “유료 좌석 선택 범위가 무한히 확대된다면 좌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비용도 더 높아질 것”이라며 “협회의 시의적절한 목소리는 강력한 지도적 의미와 시정 가치를 갖고 있다”고 했다.

중국 항공당국이 시정 조치에 나설지 주목된다. 협회는 “항공사들은 안전 비행을 핑계로 소비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있다”며 “이러한 무단 가격 인상이 억제되지 않으면 전체 소비자 시장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시장 질서 침식, 소비자 권익 피해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춘제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관련 당국이 업계 지도를 강화하고 관행 표준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