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게르마늄의 미국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 여기에 민수용으로 쓰이면서 군용으로도 사용되는 ‘이중용도’ 품목을 미군에 판매하는 것도 엄격히 차단하기로 했다. 전날 미국이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억제하겠다며 내놓은 추가 제재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3일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에 ‘이중용도 품목의 미국 수출 통제 강화에 대한 공고’를 게시했다. 상무부는 “’중화인민공화국수출통제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고, 확산 방지 등 국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이중용도 품목의 대미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중용도 품목이란 민수용으로 쓰이면서 미사일·전폭기 생산 등 군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 데이터 등을 뜻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 기업들은 이중용도 품목을 미국 군사 사용자에게 수출하거나 미국에 군사적 목적으로 수출할 수 없다. 또 갈륨·게르마늄·안티모니 및 초경질 재료와 관련된 이중용도 품목의 미국 수출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들 소재는 모두 반도체 핵심 소재인데, 특히 갈륨과 게르마늄은 중국 점유율이 각각 98%, 60%에 달한다. 이중용도 품목 중 하나이면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은 미국에 수출할 때 최종 사용자 및 최종 용도에 대해 보다 엄격한 검토를 받아야 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은 이전부터 이중용도 품목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왔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 조례’에 서명하고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행에 앞서 지난달 15일, 광범위한 이중용도 물자 목록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 목록을 수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이날 미국을 금지 대상으로 직격하고, 반도체 핵심 소재들을 재차 명시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추가 제재를 내놓은 데 대한 맞대응이다. 전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첨단 노드 직접회로(IC) 24종, 소프트웨어 3종의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 반도체 기업 140여곳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즉시 “중국은 정당한 권익을 단호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는데, 그 조처가 반도체 공급망 차단인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경제, 무역, 과학 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했으며,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부당하게 제한, 많은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확고부동하게 고위급 개방을 추진하고 국가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잘못된 접근 방식을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