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및 기술주를 대표하는 반도체칩 생산기업 엔비디아의 투자가치가 다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엔비디아가 오를만큼 올랐다는 의견과 함께 인공지능 분야 성장이 어렵고, 엔비디아의 독식을 막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굴기가 거세기 때문이다.

7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엔비디아는 1.72% 빠진 905.54달러로 주가를 마감했다. 이날의 하락에는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영향이 컸다. 드러켄밀러는 1분기에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고 밝혔다. 드러켄밀러의 매도 소식에 엔비디아는 장중 10%까지 폭락하기도 했으며 지난주에는 하루 만에 10% 하락 마감을 하기도 했다.

CNBC방송에 출연한 스탠리 드러켄밀러. /CNBC캡처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과거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운영했고, 현재는 듀케인 패밀리오피스로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다.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드러켄밀러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150달러에서 900달러로 오른 후 베팅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간 드러켄밀러의 포트폴리오에는 엔비디아의 비중이 3순위일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했었다. 드러켄밀러는 “워렌 버핏이 되길 희망하지만 나는 워렌 버핏이 아니다. 10년, 20년 동안 주식을 소유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드러켄밀러는 지난 2022년 가을에 엔비디아를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그 때만 해도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AI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믿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엔 (엔비디아의) 철자를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다”면서 한달 후 챗GPT가 출시되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고 포지션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엔비디아의 지분을 줄였지만 AI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AI가 지금은 약간 과대평가됐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수많은 인공지능 업체들이 자체칩 개발에 나선 것도 엔비디아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특히 전날 애플은 데이터센터용 AI칩을 개발한다고 밝히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애플은 현재 비용과 속도가 중요한 ‘추론용 AI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칩은 AI모델 학습과 추론에 반드시 필요한데, 특히 추론용 반도체칩 성능에 따라 AI 서비스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애플이 추론용 반도체 개발에 발을 내딛은 것은 아이폰과 맥 유저들이 AI를 사용할 때 다른 경쟁사 제품들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다. 특히나 애플에서 자사용 AI칩을 만든다는 건, 자사 제품에서 AI가 작동될 때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자신들이 개발한 AI 반도체칩을 설치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들은 점유율을 빼앗기게 된다.

인텔도 지난달 자체개발한 최신 AI칩의 세부사항을 공개했다. 인텔의 가우디3는 엔비디아의 인기 제품인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 효율이 2배 이상 높고 AI 모델을 1.5배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미국 서버업체 델과 휼렛패커드(HP), 슈퍼마이크로 등이 가우디3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엔비디아가 지금껏 AI 반도체 시장을 독식해왔다면 애플과 인텔 등 필요성을 느낀 후발주자들이 개발을 가속하고 제품을 내놓으면서, 엔비디아의 독자 체제가 머지 않았다는 외신들의 평가도 나온다.

한편 드러켄밀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주도한 무분별한 정부 지출이 대다수 일반 미국인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재정통화 당국을 비판했다. 특히 그는 바이든노믹스는 완전히 실패라고 말했으며 과거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