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브랜드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명품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들의 명품 취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재판매 시 이른바 ‘프리미엄’이 붙는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를 선호하면서 중고 명품 시장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르메스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로이터

2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명품 구매자들한테 상품의 재판매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가치가 유지되는 브랜드가 더 인기 있다”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쇼핑객들은 저렴하고 대중적인 명품보다 비싸고 클래식한 하이엔드 명품을 선호한다.

이런 이유로 샤넬과 에르메스를 포함한 하이엔드 명품은 가방 가격이 매일 상승한다. 거기에 수량은 한정적이고 구매 제한까지 있어 돈이 있어도 가방을 쉽게 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 인기 가방들의 경우 리셀러(되팔이)에게 웃돈을 주고 구매하거나 중고 제품을 사야 한다. 희귀한 제품의 경우에는 몇 년을 쓰고 되팔아도 구매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주고 팔 수 있다.

부유층 전문지 롭 리포트는 “일부 에르메스 제품은 중고 자체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중고 시장에서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실제로 에르메스의 중고 가방은 새 가방보다 25% 비싸다”라고 전했다.

구매자들이 웃돈을 주면서까지 하이엔드 제품을 사들이면서 중고 명품 시장은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컵퍼니(Bain & Company)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약 493억 달러(약 65조9338억원) 어치의 제품이 중고 시장에서 판매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중고 명품 시장 가치가 전체 명품 시장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명품이 중고 시장에서 프리미엄(웃돈)이 붙는 것은 아니다. 샤넬과 에르메스를 제외한 대부분 브랜드는 재판매 할 경우 가치가 급락한다. 롭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구찌의 중고품 가치는 10% 하락했다. 발렌시아가와 보테가베네타는 각각 14%, 23% 하락했다. 또한 루이뷔통의 가방은 재판매 시 평균 가격이 40% 떨어지고, 크리스챤 디올의 경우 거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다.

이런 현상은 명품 브랜드 실적이 설명해 준다고 FT는 전했다. FT와 로이터통신은 구찌의 모기업 케링(Kering)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10% 감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케링의 영업이익 3분의 2를 차지했던 구찌의 매출은 20% 넘게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케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비중이 큰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케링의 1분기 실적은 다음 달 말에 발표된다. 반면, 루이뷔통과 티파니, 셀린느 등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명품 기업 모에헤네시루이뷔통(LVMH)과 에르메스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샤넬도 지난 2022년 연간 수익이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한편, 중고 명품 시장의 성장에 따라 새로운 직업도 급부상하고 있다. WSJ은 “진품과 가품을 구별해내는 직업이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가품의 품질이 실제 정품만큼 정교하게 나오면서 이들의 업무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