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낸 미국의 난방 수요가 줄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8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헨리허브 천연가스 3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지난 16일 100만BTU당 1.6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거래일(1.58달러)보다는 소폭 상승한 가격이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50% 급락한 것이다. FT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됐던 2020년 중반의 며칠을 제외하면 1995년 이후 최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천연가스 생산 시설에서 배출되는 메탄 연소 불꽃./로이터 연합뉴스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하락폭은 크다. 컨설팅업체 코모디티웨더그룹(CWG)의 매트 로저스는 “말이 안되는, 매우 특이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나는 파괴적이라는 단어 사용을 싫어하지만 수요 기대가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

북미 지역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기후변화 등으로 미국의 이번 겨울(작년 12월~올해 2월)이 역대 가장 따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950년 이후 가장 따뜻한 겨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이번주 오대호의 얼음 면적이 예년 이맘때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의 자료에도 지난 12개월 동안 세계 평균 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섰다고 나타났다.

미국 내 천연가스 생산이 늘어난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가스 생산량은 하루평균 1050억입방피트를 넘어섰다. 올해 1월에는 감소했지만, 2월 들어 다시 같은 규모로 회복했다. 이는 15년전 미국에서 셰일오일 혁명이 일어난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