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시내 중심부에서 건물 건설을 위해 작동하던 크레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기준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사무실 수요 약화로 건축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자문회사인 라이더 레빗 버크날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시카고에서 가동 중인 크레인은 9대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2월 29일과 비교하면 69% 감소한 수치다. 라이더 레빗 버크날의 시카고 사무소 소장인 워런 토드는 “다음 조사는 2월에 할 예정”이라며 “시카고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이 더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람 에마누엘 전 시카고 시장 재임 당시, 그는 시카고의 경제를 자랑하면서 그 기준으로 크레인을 제시한 바 있다. 2017년 말 기준 시카고에 서있던 크레인은 60개였다. 하지만 에마누엘 시장이 퇴임한 지 약 5년이 지난 지금 크레인 수는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시카고 내 착공 건수는 1건에 불과하다. 여기다 2024년에는 착공 건수가 0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선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 일본 아오조라 은행, 독일 도이체 판브리프뱅크 등의 주가가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 우려에 폭락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침체에 대한 위기감은 고조된 상태다. 부동산 분석 회사인 그린 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 사무실 시장 가치는 올해 1월까지 1년 동안 22% 하락했다. 시카고만 놓고 보면 지난해 말 사무실 공실률은 21%에 달한다. 사무실 임대는 2023년 4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고 직전 분기보다는 53% 줄었다.
다만, 시카고를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문화 기관, 스포츠 관련 건물 관련 사업은 호황이다. 자라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시카고의 45층짜리 주거용 건물을 2억3200만달러에 구입했다. 내년 말에는 시카고에 오바마 대통령 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부동산 어베인 JLL의 시카고 프로젝트 담당 이사인 마지 바란은 “신규 개발이 부족하다고 해서 투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시카고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엔터테인먼트, 문화, 스포츠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카고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정상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시장에선 2025년이 돼야 시카고에서 새로운 건물의 착공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에 따르면 2028년이나 2029년이 돼야 새 건물이 완공된다는 의미다. 포춘은 “착공이 반등하려면 금리가 낮아져야 하고 투자자들은 사람들이 사무실로 돌아올 수 있겠다는 경제 전망에 대해 더 많은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