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픽업트럭 신차인 ‘사이버트럭’을 처음으로 고객에게 인도하는 행사를 앞둔 가운데,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대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연합뉴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생산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에 부딪치고 있다. 특히 블룸버그는 “사이버트럭은 이미 테슬라에게 생산 악몽(production nightmare)”이라고 표현했다.
사이버트럭 양산의 가장 큰 어려움은 차체에 스테인리스강을 사용했다는 데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11월 21일 사이버트럭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이 자동차가 총알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스테인리스강은 견고하고 부식에 강해 자동차의 내구성을 높여주는 점이 장점이다. 테슬라는 외부 도장 없이 이 소재 그대로를 쓰기로 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에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힐 만큼 스테인리스강 소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는 일반적인 소재보다 무거운 스테인리스강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초경량 합금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강도가 높아 성형과 용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상황이다. 특히 완전한 방탄이 가능한 두께로 만들려면 성형과 조립의 어려움은 더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머스크는 지난 8월 말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공지에서 “모서리가 대부분 직선이고 밝은색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사이버트럭의 특성상 치수의 차이는 눈에 띄게 나타난다”며 차량의 모든 부분을 10미크론 미만의 오차 범위 내에서 설계하고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1미크론은 1000분의 1mm에 해당한다. 또 그는 지난달 중순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사이버트럭 생산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우리는 사이버트럭으로 우리 자신의 무덤을 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 차가 도로에서 주행하기 시작한 뒤에는 수리의 어려움에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스테인리스강의 단단한 재질과 두께는 찌그러짐과 긁힘에 더 강할 수 있지만, 일단 조금이라도 흠집이 생기면 복원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사이버트럭에 탑재되는 ‘4680′ 배터리 양산도 테슬라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테슬라가 직접 개발한 이 배터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기존 배터리보다 16% 이상 늘릴 수 있지만, 여전히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사이버트럭과 전기 세미트럭 ‘세미’를 대량 생산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인이다.
이런 문제들 탓에 머스크는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내년에 사이버트럭 인도량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정확한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그는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사이버트럭처럼 정말 특별한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모방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며 “자동차 자체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도 발명해야 한다. 미지의 영역일수록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