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에서 30여년 만에 최악의 교통대란을 초래한 노사 갈등이 일단락됐다고 로이터 통신과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 등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독일의 공공운수부문 노동조합 베르디 소속 조합원들이 20일(현지 시각) 파업 집회를 위해 서부 뒤셀도르프 공항에 모여 있다.

앞서 독일 주요 노조는 지난 3월부터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과 시위에 나섰다.특히 독일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베르디는 철도교통노동조합 EVG와 함께 지난달 27일 독일 전역에서 총파업에 나섰다. 독일 전역에서 열차, 공항 등에서 동시 파업이 이뤄진 것은 1992년 공공부문 총파업 이후 31년 만이었다.

노조 총파업으로 독일에서는 수십년 만에 최악의 교통대란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경제도 마비됐다. 베르디는 23일에도 부분 파업을 예고해 독일 베를린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이 취소될 수 있다는 공지가 나오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낸시 패저 독일 내무부 장관과 공공서비스노조 연합 베르디(Verdi)는 22일(현지 시각) “노조가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독일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고용주 간 임금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베르디는 홈페이지를 통해 “조합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최근 몇 주간 50만명의 동료가 참여한 경고 파업이 이번 합의로 이어졌다”며 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우선 내년 2월까지 물가 상승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3000유로(약 439만원)를 비과세로 분할 지급 받는다. 베르디는 “조합원들은 오는 6월에 1240유로를 한꺼번에 받고 7월부터 내년 2월까지 매월 220유로씩 받게 될 예정”이라며 “연수생, 학생 근로자 및 인턴에게는 6월에 620유로, 7월부터 내년 2월까지 월 110유로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의 월 급여는 내년 3월부터 먼저 200유로를 올리고, 5.5% 인상률이 추가로 적용된다. 교육 수당도 내년 3월부터 150유로 인상된다. 해당 합의안의 유효기간은 2024년 12월 31일까지다. 이번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논의는 5월 4일부터 시작되고 같은 달 15일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패저 장관은 “이번 합의안으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근로자 부담이 뚜렷하게 줄어들 것”이라며 비과세 지급금은 바로 입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르디의 프랭크 베르네케 대표는 “이번 합의를 위해 우리는 고통의 문턱까지 갔다”며 “내년 3월부터 최대 16.9%의 임금인상률이 적용돼 근로자 대다수가 11% 이상의 임금을 더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노조는 사측에 임금인상률 10.5%를 요구했었다. DW는 “이번 합의안은 대중교통, 교육, 병원 등 대규모 파업에 나라가 마비된 이후에 나온 것”이라며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로 벌어진 파업과 시위가 이번 합의의 주요 배경이 됐다고 짚었다.

한편 독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 공급망 차질 등으로 지난해 10월 11.5%까지 치솟았다. 최근 에너지 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공급망 문제 완화 등으로 지난 3월 물가상승률이 7.4%까지 둔화했으나 여전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