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하락 폭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매우 완만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의 발표 내용을 인용해 2일 보도했다. 근원 CPI 상승률은 5.6%로 전월(5.3%) 대비 오히려 올랐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1년 전 대비 8.5%(속보치) 상승해 8.6%로 집계된 1월 소비자물가보다 상승 폭이 0.1%포인트(P) 축소되는 데 그쳤다. 작년 11월 10.1%, 12월 9.2%, 올해 1월 8.6%, 2월 8.5%로 넉 달째 둔화세는 유지했지만, 당초 시장 예상치인 8.2∼8.3%는 상회한 것.
부문별로 보면 식료품·주류·담배 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15% 뛰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월(14.1%)보다도 더 상승 폭이 확대됐다. 공업제품과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각각 6.8%, 4.8%로, 전월보다 0.1%포인트, 0.4%포인트 높았다.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전월(18.9%)보다 5.2%포인트 떨어진 13.7%로, 유일하게 안정세가 이어졌다.
국가별 차이도 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용하는 지표(HICP)를 기준으로 환산한 주요 국가별 2월 물가상승률(추정치)을 보면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물가상승률은 1월 9.2%에서 2월 9.3%로 소폭 확대됐다. 1월보다 물가 상승 폭이 더 확대된 나라는 독일을 포함해 유로존 20개국 중 7개국이다.
이에 비해 벨기에는 1월 7.2%에서 2월 5.5%로 물가상승률이 가장 크게 둔화했고, 이탈리아(9.9%), 그리스(6.5%) 등도 둔화세가 이어졌다. 라트비아(20.1%), 에스토니아(17.8%), 리투아니아(17.2%) 등 발트 3국은 1월보다는 물가상승 속도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식료품 등 주요 부문 물가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CB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3.0%로 0.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오는 16일 열리는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도 0.5%포인트 인상을 뜻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