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LB의 류징위 최고경영자. /CALB

중국 군과 정부의 지원을 업고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3위로 급성장한 CALB(중촹신항)가 1위 CATL(닝더스다이)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후 항소 뜻을 밝혔다. CATL은 CALB가 배터리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2021년 8월부터 수차례 제소했다. CALB는 CATL 직원을 포섭하고 중국 자동차 회사에 저가 물량 공세를 퍼붓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점유율을 높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ALB(China Aviation Lithium Battery 中創新航 중촹신항)는 “2022년 11월 나온 푸젠성 푸저우시중급인민법원의 판결에 항소하기로 했다”고 21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밝혔다. 당시 푸저우 법원은 CALB에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寧德時代 닝더스다이) 특허를 침해한 제품 판매를 즉각 중단하고, CATL에 3580만 위안(약 67억 원)을 지급하라는 예비 명령을 내렸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LB는 2022년 10월 6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CALB

CALB는 중국국가지식산권국(CNIPA)에 이번 소송과 관련된 특허를 무효화해달라는 청원을 제출했다고도 밝혔다. 특허 소송과 관련된 배터리는 이미 제품 생명주기가 다 됐으며, 신제품엔 새 기술을 적용했다는 게 이 회사 주장이다.

CALB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쓰는 미사일·전투기 제조사인 AVIC(Aviation Industry Corp of China 중국항공공업집단)의 자회사와 중국 동부 장쑤성 창저우시 진탄구 지방정부가 2015년 공동 설립한 배터리 제조사다. 창저우 시정부가 CALB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AVIC도 자회사를 통해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중국 정부와 군의 자금이 투입된 국유 기업인 셈이다. 최고경영자(CEO)인 류징위(劉靜瑜)도 AVIC 출신이다.

CALB는 2018년부터 전기차용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밝히며 업계 선두인 CATL에 도전장을 던졌다. 배터리 생산 수년 만에 CATL과 BYD(비야디)에 이어 중국 업계 3위로 치고 올라가면서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엔 101억 홍콩달러(약 1조6700억 원)를 조달하며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당시 류징위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1년 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5위에 들고, 5년 안에 세계 랭킹 톱3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를 모두 제치겠다는 선언이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LB의 배터리를 사용 중인 중국 전기차. /CALB

CALB는 현재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3위, 세계 점유율 7위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기차 중 CALB 배터리 탑재량은 20.0GWh(기가와트시)로, 2021년 대비 151.6% 증가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2.6%에서 2022년 3.9%로 높아졌다. CATL(중국)·LG에너지솔루션(한국)·BYD(중국)·파나소닉(일본)·SK온(한국)·삼성SDI(한국)에 이어 세계 점유율 7위다.

중국 시장만 놓고 보면 CATL·BYD·CALB 순이다. 중국자동차동력전지산업창신연맹(CABIA) 집계에 따르면, CATL이 2022년 중국 시장 점유율 48.2%로 압도적 1위를 지켰고, BYD가 23.5%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CALB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6.5%로 3위였다.

현재 중국 광저우자동차(GAC)·창안자동차·지리자동차·SAIC(상하이자동차)-GM-우링 등 중국 완성차 제조사뿐 아니라, 샤오펑·링파오(립모터) 등 중국 전기차 전문 제조사 등도 이 회사 배터리를 넣고 있다. 중국 전기차 국내외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중국산 배터리 채택도 늘고 있기 때문에, 올해 CALB가 삼성SDI를 제치고 6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SDI는 지난해 세계 6위 자리를 지켰지만, 점유율은 1년새 4.8%에서 4.7%로 낮아졌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LB의 류징위 최고경영자. /CALB

중국 1위이자 세계 1위인 CATL은 CALB가 엔지니어들을 빼가고 유사 기술 기반 제품을 저가에 출시하며 고객사를 확대하자, 법적 대응으로 견제에 나섰다. CATL은 2021년 8월과 10월, CALB가 배터리 기술 특허 5건을 침해했다고 제소하며 1억8500만 위안 배상을 요구했다. 2022년 5월 배상 요구 금액을 5억1800만 위안으로 높였다. 이어 2022년 7월 말 또 다른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1억3000만 위상 배상을 요구했다. CATL이 세 차례에 걸쳐 CALB에 요구한 배상액은 총 6억4800만 위안(약 1223억 원)으로, 2021년 CALB가 거둔 순이익의 6배에 달한다.

CATL은 중소 경쟁자의 싹을 잘라내려는 의도로 최근 고객사에 배터리 가격 대폭 할인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3년간 전기차 배터리 수요량의 80%를 CATL로부터 구매하는 조건이다. CATL의 최대 고객사는 미국 테슬라, 중국 니오(웨이라이)·리샹(리오토) 등이다. 기아도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할 신형 전기차 니로EV에 CATL 배터리를 장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