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기술 중심지인 남부 광둥성 선전시가 코로나 확산으로 14일부터 봉쇄되면서, 전 세계 공급망 불안과 생산 차질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선전은 인구 1750만 명의 대도시로, 화웨이·텐센트 등 빅테크로 불리는 중국 기술 대기업이 몰려 있다. 이미 미국 애플의 아이폰 위탁 제조사인 대만 폭스콘은 도시 봉쇄 영향으로 선전 내 생산 기지 두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최대 무역항 중 한 곳인 선전 옌톈의 물류 병목 현상도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전시는 14일부터 20일까지 1주일간 시민 외출과 도시 밖 이동을 금지한다고 13일 발표했다. 이 기간 1700만 명 이상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세 차례 코로나 핵산 검사를 진행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낼 예정이다. 선전에선 12일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 60명이 보고된 데 이어, 13일에도 신규 확진자 75명, 무증상 감염자 11명이 보고됐다. 중국은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최근 홍콩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인근 선전으로 감염이 확산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선전시는 필수 공공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기업에 생산 중단과 재택 근무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애플 아이폰을 제조하는 폭스콘은 14일부터 선전 공장 생산을 멈췄다. 폭스콘은 선전의 기술산업단지인 룽화원과 관란원에 공장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며, 아이패드·아이맥용 액세서리 일부도 생산한다. 폭스콘은 선전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생산 물량을 재배치했다고 밝혔다. 폭스콘은 중국 본토에 40여 곳의 공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 옌톈항의 선박 운항 병목 현상과 화물 적체 현상도 극심하다. 이미 1월에도 선전 내 일부 지역 봉쇄와 대규모 코로나 검사 영향으로 옌톈과 서커우 컨테이너 터미널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옌톈항 터미널의 선박 입항은 평균 일주일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중국에선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종료 후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11일 중국 내 일일 코로나 감염자 수(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를 합한 수치)가 2년 만에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했다. 13일에도 중국 본토 확진자 1437명, 무증상 감염자 788명이 새로 보고됐다. 감염력이 더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누르고 우세 감염 변종이 되면서, 중국이 2년 넘게 고수해 온 ‘제로 코로나’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