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비트코인(오른쪽)과 이더리움의 모형. /트위터 캡처

앞서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가 이를 피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러시아의 가상자산 활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금융시스템에서 가상자산 결제는 다른 나라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런던에 있는 위험자문회사 어나더데이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러시아인이 개설해 디지털 자산을 예치해 둔 가상자산 지갑이 1200만개 이상 있으며, 예치금은 총액은 239억달러(약 28조8000억원)에 이른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작년 8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비트코인 채굴 분야에서 세계 3위 국가다.

실제 가상자산 활동을 추적한 사례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9월에 러시아 소유 가상자산 거래소 수엑스(SUEX) OTC, 차텍스(Chatex)를 랜섬웨어 결제자의 자금 세탁을 도운 혐의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한 당국자는 WSJ에 정부가 러시아의 경제 활동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가상자산 제재를 초기 단계에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의 가상자산 활동에 대한 제재는 광범위한 가상자산 시장을 파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기획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점에서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가상자산 제재는 가령 특정 국가 또는 특정한 정부 발행 통화를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차단할 수 있도록 민간 거래소에 정부 권한을 일정 부분 부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블록체인 분석회사 TRM랩스의 아리 레드보드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러시아의 VTB, 소베르방크 같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러시아 은행들과 디지털 통화 플랫폼 간의 거래를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레드보드는 “OFAC가 이 2곳 보다 더 큰 러시아 가상자산 거래소를 추적해, 달러로 거래되는 가상자산이 미국금융시스템에 관여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