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현행 28조9000억 달러에서 31조40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안건이 14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 표결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정부는 사상 초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상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찬성 50, 반대 49로 기존의 부채 한도보다 2조5000억달러 높이는 안건을 가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과 무소속 의원 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원도 같은 날 표결을 마치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안건을 넘길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9일 부채 한도 상한안 처리와 관련해 일시적으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절차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종료시키는 데 필요한 의석수를 ‘5분의 3(60표) 이상’이 아닌 ‘단순 과반’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양당이 상원 의석을 50석씩 양분한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를 적용하면 기한 내 안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당시 필리버스터 우회법에 대해 일정 부분 찬성표를 던졌던 공화당 상원은 이날 부채한도 조정안 처리에선 전원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WP는전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사회안전망 및 기후변화 관련 예산이 과도하게 커져 국가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다. 반면 민주당은 현 정부 부채의 상당 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때 발생했다며 부채한도 상향에 동의할 것을 압박해왔다.
연방정부는 이미 올해 10월에 1차 디폴트 위기에 처했으나 의회가 오는 15일까지 부채 한도를 28조9000억 달러로 상향해 정부가 지출에 필요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임시방편을 마련했다. 지난 7월 말 부채 한도 적용 유예시점이 종료된 이후 비상 수단으로 재원을 조달해온 정부의 디폴트 발생 예고일이 다가오면서 여야가 임시 유예안으로 극적 합의를 이뤘던 것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부채 한도 이슈에 대한 압박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다만 공화당으로서도 선거를 앞두고 재정 적자 문제를 내세워 민주당을 지속적으로 공격할 정치적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표결 직후 취재진에 “만약 그들이 또 다른 과세를 하고 재정을 흥청망청 써버린다면, 이 거대한 부채 증가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것은 양당이 쌓은 부채를 갚는 것에 대한 조치”라며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차에 공화당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인은 디폴트가 없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