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소득 수준에 있어서 서유럽과 비교될 정도로 부유한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빈부격차는 서유럽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는 7일(현지 시각)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서 한국의 불평등 실태를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소득, 부, 성별, 탄소 배출 등 4가지 측면에서 불평등 수준을 살펴봤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 성인 인구의 평균 소득은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3만3000유로(약 3843만원)으로 잡으면서 서유럽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은 연금과 실업보험을 반영한 세전 금액이다.

2021년 기준 상위 10%가 1인당 15만3200유로(약 1억7850만원)를 벌면서 국가 전체 소득의 46.5%를 가져가는 동안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0%에 해당하는 1만600유로(약 1233만원)를 벌었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1960∼1990년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고속 성장하는 가운데 불평등 문제가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이후 국가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10%포인트 늘어났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5%포인트 줄어들어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

한국 성인이 보유한 부는 평균 17만9700유로(약 2억937만원)으로 중국 평균보다 배 이상, 인도 평균보다 8배 이상 높아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심각했다.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평균 105만1300유로(약 12억2508만원)으로 전체 부의 58.5%를 하위 50%는 평균 2만200유로(2354만원)로 5.6%를 각각 차지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는 14배, 부를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가 52배 나는 셈이다.

성별 근로소득도 평등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한국 전체 근로소득에서 여성의 점유율은 1990년 27.3%, 2000년 29.2%, 2010년 30.9%, 2020년 32.4%로 늘어났지만, 이상적인 평등인 절반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불평등연구소는 파리경제대학교에서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매년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세계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에는 소득 분배를 연구하는 세계 각국 학자 100여명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