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이 불가능해졌고, 이는 세계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됐다. 최근 요소수 대란으로 대표되는 공급망 병목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항만 화물 작업 마비가 원인이었다. 공급망 병목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원인이 됐고,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각국의 통화긴축 정책 필요성이 커졌다. 이코노미조선의 커버 스토리 ‘글로벌 경제 4대 리스크’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공급망 병목, 통화 긴축, 차이나 리스크를 조명했다. 지금의 글로벌 경제는 하나의 리스크가 또다른 리스크를 만들고, 리스크 간 얽히고설킨 복잡한 상호작용이 나타난다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이들 리스크에 대응하는 출발점은 선제적인 예측이다. 이코노미조선이 글로별 경제 4대 리스크가 미칠 세계 경제의 영향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은 이유다. [편집자주]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미국 다트머스대 중국어 및 중국역사학 학사, 뉴욕대 경제학 박사, 전 미국 재무부 중국 베이징 파견 경제·금융특사, 전 세계은행 중국 담당 국장 /사진 데이비드 달러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헝다(恒大)그룹이 파산할 가능성이 크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세계 경제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은 작습니다.”

데이비드 달러(David Dollar)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1월 8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달러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내 중국통으로 손꼽히는 중국 경제 전문가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에서 중국역사학과 중국어를 전공한 그는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20년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했고, 중국 담당 국장을 역임했다. 2009년 미국 재무부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13년까지 중국 경제·금융 특사로 베이징에 파견돼 미국과 중국 간 거시경제 및 금융 정책 대화를 주도했다.

달러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세계 금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중국발(發) 리스크로 세계 경제가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세계 경제 성장의 속도를 늦추는 데 영향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이후 세계 경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3차 접종) 개시, 바이러스 감염 경로 추적과 밀접접촉자 관리 같은 방역 조치를 통해 세계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부유한 국가들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 잘 대처해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부유국들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경제 성장까지 기대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낮은 백신 접종률과 방역 미흡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세계 경제 불안 요인을 꼽는다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 외에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미·중 무역 갈등과 기후 변화 위기를 꼽을 수 있다. 대만해협에서의 충돌 가능성 문제도 있고 당장은 미·중 관계가 금방 개선될 것 같지 않은데, 이는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기후 변화 같은 환경 문제 때문에 갈수록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여름 기후 변화로 중국과 독일에 폭우로 인한 홍수가 일어나 해당 지역의 공급망 위기를 더욱 가중시켰다. 앞으로 기후 변화 위기는 새로운 세계 경제 불안 요인이 될 것이다.”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 상황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부동산 시장 규제로 중국의 경제 성장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코로나19 무관용 대응 원칙은 계속해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마을에서 1명의 확진자만 발생해도 해당 마을을 봉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무관용 원칙이 방역에는 도움이 되지만 경제에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또 레버리지(기업이나 개인 사업자가 차입금 등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하여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일) 양이 위험한 수준까지 증가해 금융 규제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중국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 위기 도화선 될까.

”중국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은 작다. 중국 금융이 세계 금융 시스템에 복잡하게 얽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같은 가까운 무역 파트너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가장 큰 중국 리스크로는 헝다그룹 파산 가능성이 꼽힌다. 이 회사의 사업 확장은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현재 헝다그룹은 약 3000억달러(약 360조9000억원)의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결국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고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파산 상황을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헝다그룹이 파산했을 때 중국 정부의 역할은 헝다그룹 파산에 영향을 받는 2차 기업 파산을 막는 것이다. 또 안정성이 보장된 기업에 대해선 자금 조달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전망은.

”놀랍게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공급망이 나름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서비스보다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물론 이러한 수요 급증은 공급망 압박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에 컨테이너선 100척이 화물을 내리지 못하고 정박해 있던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자동차, 에너지, 식품 등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2021년 글로벌 상품 무역량은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것이다. 이를 통해, 곧 글로벌 공급망의 빠른 회복력을 증명할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미국 노동 시장이 균형을 찾을 때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다. 미국은 지난 10월 노동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러한 고용 흐름이 지속한다면 미국은 2022년 중반까지 완전고용을 달성할 것이고, 그때부터 점진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의 테이퍼링 영향은.”연준은 테이퍼링(양적 완화 점진적 축소) 발표 이전부터 분명하게 이를 암시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11월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매우 낮은 수준에서 시작된 장기금리는 서서히 오르고 있는데, 연준의 계획대로 장기금리가 오르는 한 물가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건 지극히 평범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연준이 분석한 바와 같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크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부동산 거품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과거 일본, 태국, 스페인과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목격한 것처럼 금융 위기는 부동산 시장에서 시작되곤 했다. 따라서 우리는 부동산 시장 거품과 가격 붕괴 위험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가 가장 큰 국가는 중국 시장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세계 금융과 밀접성이 떨어져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재정 위기가 터져도 그 위기는 중국 내로만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대공황 가능성은.

”가능성은 있지만 대공황이 도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왜냐하면 1930년대 세계 대공황 때보다 거시경제를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큰 충격에도 주요국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유동성과 재정 정책을 펼쳐 대응했었다.”

세계 경제를 위한 조언은.

”세계 경제가 성장하려면 무역의 자유화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매번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글로벌 협약을 맺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보다 작은 범위인 지역 단위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게 최선이다. 가령 아시아 지역 전체의 자유무역을 위해 한국과 중국 모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야 한다. 이 밖에도 각국은 부채 상환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를 안정화하는 건 결국 각국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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