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연말은 1년중 최고의 ‘쇼핑 대목’이다. 소비자들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연휴 등으로 지갑을 활짝 열고, 판매자는 이러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 연말은 상황이 다를 것 같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한 미국의 자동차 매장. / 트위터 캡처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공급망 쇼크까지 겹치면서 ‘재고 부족’에 직면한 자동차 업계 상황은 특히 좋지 않다. 로이터 통신은 이 때문에 연말에도 자동차 업계가 광고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이터는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의 유명 광고 문구인 ‘기억해야 할 12월(A December to remember)’을 ‘잊어야 할 12월(December to forget)’으로 바꿔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대리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정상 재고 수준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부족 등 전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로리 하비 부사장은 “예전 같은 연휴 시즌 광고는 이제 없을 것” 이라고 잘라말했다. 차량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광고를 늘릴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기껏 광고를 해서 주문이 늘어도 공급할 물량이 없으니 하나 마나 하다는 것.

실제 광고분석업체 EDO와 패스매틱스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 7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디지털 광고에 사용한 비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10% 줄어든 2300만 달러(약 271억)였다. TV 광고 지출 비용도 재작년에 비해 5% 감소한 5700만달러(672억)였다.

케빈 킴 EDO 최고경영자(CEO)는 그러나 “겨울철 세일은 매년 진행하는 연례행사 같은 것이어서, 할인 행사를 아예 안 할 수는 없다”면서 “할인 행사로 자동차 판매가 잘 되도 문제”라고 난감해했다.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한 자동차를 제때 받지 못하면 판매자에 불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 소매업체인 오토네이션의 마크 캐넌 부사장은 “2019년 보다 광고비를 적게 지출할 계획”이라며 “할인 제안이 전반적으로 가벼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자동차 업체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붕괴로 인해 전자제품, 장난감, 의류 등 여러 범주의 물품들이 재고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어도비디지털경제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 쇼핑객들은 2019년 10월보다 3배 많은 20억 건 이상의 품절 메시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