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겪고 있는 극심한 전력난의 충격이 전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충격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에서 음식료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제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닥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각) 중국 전력난으로 인해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부터 양(羊)을 기르는 호주의 축산업자까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전력난이 다른 국가들로 전이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회복하려는 글로벌 경제를 다시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인기 상품인 의류와 신발, 완구류 등의 제품 생산·배송이 지연되면서 많은 유통업체들과 해운사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또 농산물 수확기에 닥친 전력난과 공급 차질로 식료품 비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미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중국의 성장 둔화와 경기 침체의 충격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등 이웃 국가들은 물론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호주와 칠레, 주요 무역 상대국인 독일 등이 중국의 경기 하강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크레이그 보탐 중국 담당 수석연구원은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제조업 강국들이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겪을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에서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공장 가동률을 정상화하기 위해 전력을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쉽사리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에 걸친 중국의 국경절 연휴로 대부분의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걸친 공급난은 더욱 심화했다.
가장 눈에 띄는 타격을 입고 있는 분야는 전자제품을 포함한 정보기술(IT) 분야다. 중국은 애플의 아이폰부터 콘솔 게임에 이르기까지 IT 산업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아이폰의 생산 하청업체인 페가트론과 세계 1위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ASE 등이 전력난으로 인해 이미 생산 감축에 들어간 상태다.
자동차 역시 손실을 피해가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현재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칩 공급난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중국 현지에서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공장을 돌리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음식료품 업종도 공급 부족으로 제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에서 주로 생산돼 전세계로 수출되는 옥수수와 콩, 땅콩 등 곡물의 수확과 배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인 비료 가격 역시 상승세라 최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인 식료품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 밖에 낙농 분야 역시 전력난으로 착유기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우유와 유제품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됐고, 원유(原乳)를 공급하는 축산·낙농업자들은 수요 감소로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