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6일(현지 시각)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적용을 오는 12월까지 유예하자고 제안했다. 2019년 여야 합의로 부채 상한선(22조 달러) 적용을 유보한 시한(7월 31일)이 2달 이상 초과해 이달 중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거란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다. 그동안 부채 한도 유예 및 상한 협상에 지지부진하게 임했던 공화당이 입장을 바꾸면서 사상 초유의 연방정부 부도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민주당이 초래한 위기로부터 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민주당이 정상적 절차를 통해 12월까지 현재 정부의 지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채한도 적용을 연장하도록 표결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안 처리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불평해온 민주당의 변명이 무색해졌다”며 “이제 민주당은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해 부채 한도 조정안을 통과시킬 충분한 시간을 얻었다”고 했다. 이르면 내주 중에야 협상에 나설 거란 정치권의 예상을 뒤엎은 ‘깜짝 제안’이었다.
그는 이날 성명 발표에 앞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만나 이러한 내용을 제안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민주당으로서는 결국 제안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여야 상원의원들이 임시 유예안을 통과시키는 합의에 근접했다며 “매코널이 ‘전술적 후퇴’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은 그동안 부채 한도 유예안 처리를 위해 우회 절차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방해 절차)를 쓰거나 민주당이 예산 조정 절차를 사용하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현재 여야가 50석씩 양분한 상원에선 한 정당의 단독 법안 처리가 불가하지만, 예산 조정 절차를 쓰면 통상 법안 처리에 필요한 60표 대신 단순 과반 찬성으로 가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은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투자법안 처리와 사회복지 인프라 예산 연계 문제를 두고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어 당 내에서조차 만장일치가 불가능한 처지다.
특히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달 18일을 ‘디폴트 데드라인’으로 못 박고 “의회가 부채 한도를 높이거나 적용을 유예하지 않으면 그나마 남은 현금과 비상 수단도 고갈된다”며 의회를 거듭 압박했다. 여기에 미 상무부가 전날 발표한 8월 무역수지 적자는 733억 달러까지 치솟아 두 달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무역적자가 쌓이면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는 비율이 늘어 부채를 악화시킬 거란 우려도 잇따랐다. 결국 전방위적인 디폴트 위협에 직면한 의회가 임시 유예안으로 급한 불을 끄고 협상 시한을 확보키로 한 것이다.
민주당이 공화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당장 18일에 발생할 디폴트는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임시 유예안은 ‘시한폭탄’을 3개월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고 NYT는 전했다. 공화당은 이번 결정으로 ‘디폴트 책임자’라는 비난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원론적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매코널은 이번 사태는 민주당 정권의 완벽한 실책이라며 이후에는 민주당을 도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CNN은 “공화당이 임시 예산안을 빌미로 민주당에 3조5000억 달러의 사회복지 인프라 예산을 포기하거나 대폭 줄일 것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