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글로벌 기업들의 중요한 하청 생산 기지로 떠오른 베트남이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수출되는 전자제품과 의류, 신발 등의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각) 베트남 정부가 최근 6주 동안 델타 변이 유행에 따른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운영 중인 공장에서도 현장 근로자를 대폭 감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후 올해 7월 1일까지 베트남에서 코로나 감염으로 숨진 사람은 8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8000명을 넘어섰고, 하루 약 6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베트남은 백신이 부족해 델타 변이 확산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시노팜 백신을 한 차례 이상 접종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6%에 불과하다. 2차 접종률은 고작 3%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특히 주요 생산 품목인 의류와 신발을 만드는 공장이 밀집한 호치민 인근과 남부 지역에서 코로나가 창궐해 정부 베트남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신발 물량의 30%는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베트남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의류와 신발을 미국에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스티븐 매든 등 글로벌 시장의 인기 브랜드 제품들이 베트남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WSJ는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코로나 확산으로 상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화물 컨테이너 부족 등이 겹치며 물가 상승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제품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은 미국 정부에 코로나 백신을 대규모로 베트남에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WSJ에 따르면 나이키와 갭 등 80여개 신발·의류 업체들은 베트남에 백신을 기부해 달라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 그러나 백악관은 기업들의 호소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WSJ는 기업들이 베트남을 대신할 다른 제품 생산 기지를 찾아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생산 차질로 제품 공급이 지연되는 일을 막기 위해 해상 운송 대신 값 비싼 항공 운송을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퀴지스 아시아 경제분석 담당자는 “신흥 시장에서의 백신 공급 불평등과 낮은 접종률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의 비용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