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중국 구이저우성의 가오카오(대학 입학 시험) 시험장 수험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강력한 사교육 규제 정책을 발표한 후 중국 사교육 기업 주가가 폭락했다. 23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사교육 업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 이어, 26일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에서도 사교육 기업 주가가 반토막 났다.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하는 이번 조치는 두 달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교육 산업 규제를 지시한 후 나온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사교육 산업에 치명타를 가했다”고 말할 정도의 초강력 규제책이다.

이날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뉴 오리엔탈 에듀케이션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New Oriental Education & Technology Group·종목 코드 9901)은 47%, 스칼러 에듀케이션 그룹(Scholar Education Group·종목 코드 1769)은 45% 하락했다. 중국 본토 상장 A주(상하이나 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위안화 표시 중국 기업 주식) 중에선 쉐다 에듀케이션 테크놀로지(Xueda Education Technology Group·종목 코드 000526)와 오프씨엔 에듀케이션 테크놀로지(Offcn Education Technology·종목 코드 002607)가 각각 가격 제한폭(10%)까지 떨어졌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사교육주는 먼저 충격을 받았다. 중국 정부가 사교육 산업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TAL 에듀케이션 그룹(TAL Education Group·종목 코드 TAL)은 70%, 가오투 테크에듀(Gaotu Techedu·종목 코드 GOTU)는 62%, 뉴 오리엔탈 에듀케이션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New Oriental Education & Technology Group·종목 코드 EDU)은 54%, 유다오(Youdao·종목 코드 DAO)는 42%, 하락 마감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17 에듀케이션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17 Education & Technology Group·종목 코드 YQ)은 38% 하락했다.

23일 미국 증시에서 중국 사교육 기업 TAL 에듀케이션 그룹 주가가 중국 정부의 사교육 규제 강화 영향으로 급락했다. /AP 연합뉴스

민간 사교육 회사의 영리 사업을 막고 외국 자본의 중국 사교육 산업 침투를 차단하는 게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행정부 격)은 24일 ‘의무교육 단계 학생 숙제·외부 학습 부담 감소에 관한 의견’을 공개했다.

문서에 따르면, 중국어·수학·영어 등 정규 교육과정 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 회사는 주식시장 상장이 금지된다. 상장사는 증시를 통해 이런 업체에 투자할 수 없다. 중국 사교육 시장으로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업계 경쟁이 가열되면서 사교육 업체가 교육보단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란 해석이 나온다.

의무교육 단계의 정규 교과목을 다루는 사교육 업체에 대한 신규 허가는 중단된다. 기존 사교육 업체는 비영리기구로 전환될 수도 있다. 휴일이나 방학 때는 학원 수업이 금지된다. 수업 시간은 밤 9시까지로 제한된다.

외국 자본이 중국 사교육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막았다. 외국 자본은 기업 인수합병이나 프랜차이즈 체인 등의 방식을 통해 중국 사교육 산업에 접근하는 것이 금지된다. 중국 사교육 회사가 외국 투자를 받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국 블랙록, 세쿼이아캐피털 등 중국 사교육 산업에 투자했던 외국 대형 투자사들은 큰 손해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7일 칭하이성 시닝을 방문해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이번 정책이 학생과 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높은 사교육비는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교육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불만도 컸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교육 부문에서 민간 역할을 줄이고 국가와 공산당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앞서 5월엔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초중등 의무교육 9년을 맡은 학교를 인수하는 것을 금지했다. 외국 자본이 사립학교 최대주주가 되는 것도 막았다. 중국 국무원은 이 정책이 9월 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 밝히며 “모든 의무교육 담당 학교는 공산당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관영 신화사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5월 21일 19차 중앙위원회 회의 중 의무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라고 주문했다. 또 학교가 교육의 주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교육 업체 규제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