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 텐센트.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빅테크 기업이자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가 영국 비디오 게임 개발사인 수모(Sumo)그룹을 9억1900만파운드(약 1조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기존에도 수모그룹 지분을 비롯해 해외 게임업체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게임업계의 ‘포식자' 텐센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텐센트는 이날 주당 513펜스의 가격으로 수모그룹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주말 기준 수모그룹 주가에 43%의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제임스 미첼 텐센트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부터 수모그룹의 투자자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수모그룹의 성장을 위해 아낌없이 자원을 투자하고 영국이 게임 혁신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날 텐센트의 매입 소식에 런던증시에서 수모그룹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0% 넘게 폭등한 499펜스를 기록했다. 텐센트는 이번 계약 전부터 수모그룹 지분 8.75%를 보유했으며, 수모그룹 지분 27%와 자사주 보유자들로부터 인수를 적극 지지한다는 서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모그룹은 2013년 설립된지 4년만인 2017년에 런던증시에 상장했다. 플레이스테이션5(PS5)용 플랫폼 액션 게임인 ‘색보이’로도 유명하다.

가디언은 텐센트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격히 성장한 비디오게임과 e스포츠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은행 쇼어 캐피털에 따르면 지난해 1년 간 텐센트의 비디오 게임 업체 투자 건수는 10건을 넘는다. 실제 이 업체는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게임업체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해왔다.

우선 멀티플레이 온라인 배틀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와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이 텐센트 산하에 있다. 미국 에픽게임즈 지분의 40%를 비롯해 프랑스 돈노드 엔터테인먼트 지분의 22.6%, 스웨덴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지분의 5%도 텐센트 소유다. 올해 초에는 체코 보헤미아 인터랙티브의 소액 지분을 사들였다.

케이티 커즌스 쇼어 캐피털 애널리스트는 가디언에 “영국 정부가 뉴포트 웨이퍼 팹(NWF)과 같은 영국 기업을 중국자본이 인수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를 나타내왔으나 이번 인수에는 개입할 것 같지 않다”며 “팬데믹으로 2020년에 비디오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나 2021년 이후에는 다소 성장세가 주춤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2023년까지는 글로벌 게임 매출이 2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반도체 부문에서는 영국 정부의 대(對)중국 견제는 한층 강화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영국연구투자기구(UKRI)가 같은 날 영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중국 자본이 인수한 영국 최대 반도체 회사 NWF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NWF는 지난 5일 중국 자본이 소유한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넥스페리아에 인수되기 전까지 10여개 공공 지원 분야에서 520만파운드(약 81억4000만원) 규모의 사업에 관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