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백신 접근성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정작 현지의 홍콩인들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정부에 대한 홍콩인들의 높은 불신이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선 16세 이상의 모든 국민이 무료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 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간단히 접종 예약을 한 후, 어디에 있든 걸어서 20분 안에 도착 가능하도록 배치된 전국 29개 접종 센터 중 한 곳을 방문하면 된다. 시노백과 화이자 두 가지 중 본인이 희망하는 백신을 골라서 맞을 수도 있다.
홍콩 정부는 올해 2월 말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현재 인구의 10.8%가 2차접종까지 마친 상태다. 16세 이상 청장년층과 노년층 모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영국(38.8%), 싱가포르(19.4%) 등에 비해 접종률이 크게 뒤쳐진다. 현재 영국과 싱가폴은 백신이 부족해 청장년층에게 원활한 접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 거부 현상으로 홍콩에서는 미사용 백신들이 폐기될 처지에 놓여있다. 홍콩 정부는 접종이 이뤄지지 못한 채 방치된 백신들이 너무 많으며, 이대로 가면 보유 중인 백신 중 상당수가 9월에 폐기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경고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정부를 향한 홍콩 국민들의 강한 불신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2019년부터 중국과 홍콩 정부는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빼앗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왔고 홍콩 시민들은 격렬한 거리 시위로 맞섰다. 그러나 지난 3월 중국 최고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회의가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확정지으며 중국 공산당의 홍콩 장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서 정부를 향해 생겨난 극도의 반감이 백신에 대한 불신과 거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콩 현지에서는 백신과 정부를 향한 불신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정부의 모든 지침을 거부하며 백신 접종을 피하는 것은 물론, 백신 접종을 안내하는 정부의 전화를 고의로 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백신과 관련 없는 사고에 의한 사망을 백신 접종과 연관시키는 보도도 잇따랐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던 41세 홍콩인 남성이 떨어지는 바벨에 가슴을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각종 매체들은 해당 남성이 화이자 백신 접종자였다는 내용을 함께 보도했다.
총 16명이 시노백 접종 이후 사망했다는 기사들이 보도되자 홍콩 정부가 직접 나서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