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민영화 20주년을 맞이한 KT&G(033780)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발맞추기 위해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투자 결정 때 탄소비용을 반영하기로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8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에서 열린 ‘KT&G 그룹 윤리헌장 선포식’에서 백복인 KT&G 사장(왼쪽 네 번째)과 국내 7개 자회사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KT&G 제공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달 ‘2021 ESG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1%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년도의 감축 목표치 20%에서 상향 조정한 것이다.

회사 측은 SBTi(Science Based Target Initiative,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장기 감축목표를 수립했다. SBTi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 설정을 지원, 검증하는 글로벌 기관이다.

KT&G는 당초 203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2℃ 이하로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감축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를 1.5℃로 낮췄다. 이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실질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 재배, 생산, 유통, 소비, 폐기 전 단계에 걸쳐 숲과 토양, 물 부족,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방대해지고 있다. 담배 경작지 개간과 담배 잎을 말리기 위한 목재 사용이 연간 온실가스 증가에 최대 20%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작업장 조명 LED로 바꾸고 옥상·지붕에 태양광 설비 설치

KT&G는 지난 2013년부터 정부에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할당받아 이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년 대비 3.2% 감축했다. 작년 광주 공장 흡수식 냉동기를 고효율 터보 냉동기로 바꿨고 약 1800개 작업장과 창고의 형광등, 할로겐 램프 등을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교체했다. 2018년 이후 누적 1만2500개소의 조명을 바꿨다.

회사 측은 2021년 한해동안 모든 사업장을 통틀어 58건의 에너지 사용 합리화 활동을 추진해 연간 2400tCO2(이산화탄소톤·감축된 이산화탄소 총량을 톤으로 환산한 것)을 감축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부터 신탄진공장을 시작으로 모든 공장에 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을 설치할 계획이다. FEMS는 공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전력량을 분석한 뒤 전기 사용량을 가장 적당한 규모로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낭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해준다.

공장 옥상이나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다. 올해 신탄진공장, 광주공장을 시작으로 3년에 걸쳐 18MWp(메가와트피크, 태양광 발전에서 최적의 날씨 조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발전능력) 규모의 발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가속화 하기 위해 올해 내부 탄소 가격제를 새로 도입했다. 투자 결정을 위한 경제성 분석 때 잠재적 탄소 비용 부담까지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KT&G는 용수 사용량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20% 절감하기로 했다. 작년 용수 사용량은 전년 대비 1.5% 줄었다. 폐수처리장에서 정화 후 방료되는 물을 재이용하는 시설을 도입했고 임직원의 개인 위생용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절수형 샤워기·수도꼭지 등을 설치했다.

◇ 레종프렌치블랙 등 제품 환경 영향 정량화→저감 방안 검토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주요 제품에 대해 LCA(life cycle assessment, 전 과정 평가)를 수행할 계획이다. LCA는 자원 사용량과 배출량을 정량화 하고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기법이다.

가령 레종프렌치블랙, 에쎄체인지(1mg) 등 궐련 담배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 하고 이를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패키지 제작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이다.

전자담배는 폐기계를 수거해 각 부분별 분리 작업을 거쳐 실질적인 물질 재활용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계 한개당 재활용율을 올해까지 40%, 2025년까지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KT&G는 잎당배 농가와의 상생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있다. 국내 담배업체 중 유일하게 매년 잎담배 전량을 구매해 제품에 사용한다. 작년 802억원의 국산 잎담배 8013톤을 구매한 데 이어 올해도 8000톤 수준을 매입할 계획이다.

KT&G 임직원들이 지난 8월 5일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위치한 잎담배 농가를 방문해 수확 농사를 진행하는 모습. / KT&G 제공

백복인 대표는 “향후에도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 폐기계의 물질 재활용 체계 구축을 통한 순환경제 기여, 인권 경영 실행 체계화, 그룹 차원의 농가·파트너사 협력 프로그램 고도화 등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 이행을 위한 내부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