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이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과반을 지켜내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경영권 장악을 시도 중인 영풍(000670)·MBK파트너스 연합의 일부 의결권(25.4%)을 상호주 관계로 제한하면서 유리한 위치에서 주총을 이끌었다. 고려아연이 주총 안건으로 제시한 이사 수 19명 상한, 신규 이사 8인 선임 등이 모두 통과됐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측 11인, 영풍·MBK 측 4인 구도로 재편됐다. 현 고려아연 경영진에 강하게 제동을 거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영풍·MBK는 의결권 제한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두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고려아연은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정기주총을 열었다. 주총장 주변엔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영풍·MBK 측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들은 ‘절대 고려아연을 제2의 홈플러스로 만들 수 없다’ ‘국민도 등 돌린 MBK!’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11시 30분쯤 시작했다. 고려아연은 위임장 검수 과정에서 주주 대리인이 제출한 자료와 원본 자료가 달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MBK 측은 고려아연이 상호주 관계를 만들기 위해 고의로 주총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총의 쟁점은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25.4%(516만2450주)의 의결권 인정 여부였는데, 박기덕 의장은 상호주 제한 규정에 따라 이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두 회사가 서로 10% 초과 지분을 갖고 있으면 각 회사가 상대방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전날 영풍은 1주당 0.04주의 주식배당을 의결해 고려아연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Sun Metals Holdings)의 영풍 지분율을 10% 밑으로 떨어뜨리고 의결권 제한이 풀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8시 54분 SMH가 케이젯정밀로부터 영풍 주식 1350주를 주당 44만4000원에 장외 매입하면서 지분율이 10.03%가 돼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SMH의 매입 시점, 경로가 명확하지 않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제시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고려아연이 이사 후보로 추천한 박기덕, 권순범, 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James Andrew Murphy), 정다미 등 5인이 모두 선임됐다. 현 경영진이 추천한 서대원 감사위원도 선임됐다. 영풍·MBK 측이 내세운 강성두, 김광일, 권광석 등 3인도 이사회에 진출했다.
최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법적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MBK는 최 회장 측이 세 번째 순환출자를 만들어 탈법행위를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MBK 측은 앞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든 것을 두고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