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 경영권 장악을 시도 중인 영풍(000670)·MBK파트너스 연합이 28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최윤범 회장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갈 전망이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이 19명으로 설정되면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8명을 선임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가 5명이어서 남은 세 자리는 영풍·MBK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7일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영풍·MBK 연합은 28일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보유한 지분 25.4%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픽=손민균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40.97%)은 최 회장 측(34.35%)을 앞선다. 최 회장 측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을 봉쇄했고, 양측은 의결권 행사 여부를 두고 공방을 이어왔다.

이번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최 회장 측은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이사 5명, 영풍 측 이사 1명으로 구성됐는데, 이번 주총에서 이사 8명을 추가로 선임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측 후보는 5명, 영풍·MBK 측 후보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 등 17명이다. 최 회장 측이 5명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면, 남은 세 자리는 영풍·MBK 측 인사로 채워질 전망이다.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 23일 임시 주총을 하루 앞두고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지분을 10.3%를 취득하게 해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영풍·MBK 연합은 즉각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7일 법원이 일부 인용하면서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고려아연은 SMC가 가진 영풍 지분을 호주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에 현물 출자해 새로운 상호주 관계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이 정기 주총에서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을 재차 박탈하려 한다며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날 기각됐다.